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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감상문

버핏

by ehei 2021. 4. 12.

워렌 버핏의 일대기를 그린 책. 스노볼이 버핏의 적극적인 협조 하에 쓰인 자서전이라면 이쪽은 순수하게 작가의 취재로만 완성되었다. 버핏은 도와주지도 않고 방해하지도 않겠다는 말을 작가에게 했다고 한다. 주인공이 같아서 그런지 두 책에서 묘사하는 삶의 궤적은 대충 비슷하다. 기가 질리게 만드는 책 두께도 그러하다.

 

이 책의 미덕은 그의 삶을 비판적으로도 조명하고 있는 점이다. 스노볼과는 다르게 그의 우상화된 모습을 벗기려는 시도가 보인다. 정확한 숫자를 말하며 비상한 기억력이 있어 보이는 매체에서의  모습과 달리 자신에게 유리하게 기억하고 다른 이의 공적을 가로챈다. 막대한 기부로 빚어진 박애주의자와 같은 모습과 달리 노동자의 기여를 절대 인정하지 않는다. 오직 경영자 만이 그의 총애를 받는다. 낡은 버크셔 해서웨이 섬유공장의 사소한 수리도 모두 그의 검토를 받아야했고, 공장 폐쇄 시에는 가차없었다. 버팔로 뉴스 인수에서 보듯이 치열한 경쟁 끝에 독점 신문사가 되고 막대한 이익을 냈지만 어떠한 상여금도 거부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공적은 오로지 자본이 이뤄낸 것이기 때문이다. 위험에 대한 보상. 이것은 그저 빙산의 일각일 것이 틀림없다. 그렇다. 그는 선량하지 않다. 산업시대의 비정한 자본가 쪽에 가깝다. 이걸 비난하려는 건 아니다. 기부의 천사, 자본주의의 수호자... 그러나 분명 다른 면이 있다. 매체가 보여주는 신화에 나 또한 눈이 멀었다.

스노볼을 읽고 이 책까지 읽자 흥미로운 점이 보였다. 그는 분명 훌륭한 안목을 가졌다. 주식투자에 남다른 재능이 있다. 그러나 진정한 재능은 사업 능력이다. 현금을 창출하는 사업을 소유하고 그 현금으로 투자를 거듭했다. 모든 투자가 성공한 것도 아니고 크게 실패하기도 했다. 버크셔 해서웨이나 덱스터 슈같은 투자는 그의 인간적 면모를 내보이는 단골 소재가 되었다. 이미지와는 다르게 그는 맹목적인 장기투자자도 아니고 정크본드나 선물, 옵션 거래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보통은 풍부한 현금 창출 능력을 기반으로 계속 사업을 인수했다. 현금을 창출하는 또 다른 사업에 말이다.

막대한 재산은 어떻게 창출했을까? 주로 배당을 줄이고 자사주 매입으로 절세를 하고 주가를 부양한다. 책에 써있는대로 그는 투자자이기에 앞서 세무 전문가이다. 배당은 기업 가치를 줄이고 세금이 부과되기 때문에 주가에 보통 나쁜 영향을 미친다. 한때 버크셔 주주의 특권이었던 기부 대상 선택도 절세의 일환으로 보인다. 기부는 가장 큰 절세 수단이기 때문이다. 배당 자제로 이익은 쌓이고 법인세 이연 제도를 활용해 세금은 최소화한다. 자사주 매입은 주식 가치를 상승시킨다. 이로 인해 복리 효과는 더욱 커진다. 주당 3십만 달러인 버크셔 해서웨이의 주가가 바로 그 결과이다.

따라서 그의 방식을 일반적인 투자가가 따를 수 없다. 뱁새가 황새 따라가는 대표적인 사례가 될 것임에 틀림없다. 그는 자신의 정책을 사업체가 따르도록 대량의 지분을 사거나 아니면 통째로 매입해버린다. 웬만한 부자도 엄두를 낼 수 없는 투자 방식이다. 그렇지만 배울 점도 분명히 많다. 그의 스타일이 그렇다. 꾸밈이 없고 간소하다. 그를 운전기사로 착각한 사람도 있었다. 과시를 위한 지출이 없다. 버크셔 해서웨이에는 홍보팀, 인사팀, 법무팀이 없다. 주주 총회 행사 진행을 위해 버크셔의 직원들이 동원된다. 보통은 외주 업체를 쓰는 일에 말이다. 버팔로 뉴스와 관련된 소송에서 변호사 없이 자신이 직접 소송을 감당했다. 한편 차입을 최소화한다. 채권을 발행하는 경우는 있지만 조건이 좋을 때나 그렇게 하며 기간도 장기로 한다. 낮은 비용과 적은 차입으로 행여 닥칠 위기에도 버틴다. 금융사는 비가 오면 우산을 빼앗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방대한 지식을 습득하고 기회를 신중히 검토하고 풍부한 현금을 바탕으로 배팅한다. 자신의 선택이 잘못되었다고 판단하면 주저하지 않는다. 결정적으로 그는 시장을 예측하지 않는다. 오로지 사업성을 살피며 기회를 포착한다. 몇 가지는 나와 같은 개미도 써먹을 만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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