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감상문

프로젝트가 서쪽으로 간 까닭은

by ehei 2010. 12. 11.

제목에 혹해서는 안될 책이다. 한국어판 제목은 책 내용과 한참 어긋나있다. 부제인 '프로젝트 군상의 86가지 행동 패턴'이 내용에 걸맞다. 허나, 이런 심심한 제목을 붙이기는 어렵겠지. 원제도 좀 난해한 인상이고... 책은 그냥 IT 종사자들만 이해할 수 있는 농담집에 가깝다. 6명의 저자가 닥치는대로 궁리해서 페이지를 채우려 한 덕인지, 뒤로 갈수록 코에 걸면 코걸이같은 내용들이 넘쳐난다. 졸트 상 수상 따위에 낚여서는 안된다는 교훈을 얻었다. 하긴 닥치는대로 과학소설을 읽을 적에도, 휴고/네뷸라 수상작은 무조건 읽던 시절이 있었군...

 

프로젝트 중의 모습을 잘 짚어내는 글들이 꽤 있다. 날카로운 풍자 덕에 웃긴다. 86가지 패턴을 궁리하느라, 전력을 다한 기분이 느껴진다. 참, 책에 나오는 글대로 하면 저자들은 '기자' 패턴에 빠져 있다. 소식을 전달하느냐 여념이 없다. 물론 자신과는 관계 없고 말이다. 이 책의 쓸모는 나도 모르게 습관으로 배긴 나쁜 짓을 구분할 수 있다는 점이다. 어쨌든 유치원 농담만큼 흔해빠진 이야기들이 많다.

 

나는 경험을 해보려 노력했다. 실패 또한 경험이라고 생각했다. 그 덕에 나는 많은 우여곡절을 겪어봤다. 그렇게 얻은 나의 산상수훈은 이것이다: 단점을 줄이지 말고 장점을 키워야한다. 이 책에서 비꼬는 것들에 해당 사항이 없다면 슬플 것 같다. 장점을 뒤집으면 단점이다. 그래서 단점이 없다는 건 통곡할 만한 일이다. 그리고 다른 사람을 공격하는 건 정말 쉽다! 프로젝트를 하다보면 별 일이 다 생긴다. 서로 주먹질을 하기도 하고, 리소스가 저장된 컴퓨터에 콜라를 쏟기도 하고, 프로그램이 통째로 유출되기도 한다. 다양한 사건에 다양한 인물이 만나 다양한 상황을 만든다. 이들 모두를 관통하는 마탄은 없다. 프로젝트가 서쪽으로 가는 패턴 따위는 없다고 본다.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결과일 뿐.

 

최근 들어 내가 프로젝트를 책임질 때를 자주 가정해본다. 내가 일하는 곳에서 관리자가 겪는 상황들을 보며, 어떻게 대처하면 좋은지 생각해본다. 화두를 던져보면 프로젝트에 대해 의견을 내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는 걸 알 수 있다. 대부분은 프로젝트의 성공을 진심으로 바란다. 프로젝트 중에 계속해서 문제에 부딪힐 것이다. 좀더 다양한 경험과 논의가 필요하다. 이 책은 그런 것들을 얻기에는 너무 산만하다. 평면적으로 내용이 흩어져있어서 다시 찾기도 어렵다. 변비 때문에 화장실에 오래 있을 때 좋은 책이다.




' > 감상문' 카테고리의 다른 글

호밀밭의 파수꾼  (0) 2011.01.06
C++ 템플릿 가이드  (0) 2010.12.22
체 게바라 평전  (0) 2010.11.06
내몸 사용설명서  (0) 2010.10.18
메트로 2033  (0) 2010.1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