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감상문

레드 팩션: 게릴라

ehei 2010. 3. 13. 22:08

'달은 무자비한 밤의 여왕'에서 영감을 얻었을까? 화성에서의 반란을 주도하는 주인공이 등장한다. 테라포밍이 완료되어 산소마스크 없이도 화성 표면을 걸을 수 있다. 정말 화성에서 살아보기라도 한걸까. 황량한 화성의 모습이 현실적으로 그려진다. 그 붉은 기운이란... 레드 팩션의 기운이 절로 느껴진다. 이 게임을 샌드박스 스타일이라고 한다. 정해진 형태의 게임 방식이 있고, 세부 사항은 다르지만 반복적으로 진행한다. 한 지역에서 EDF의 기세를 누르고 최종적인 반란 임무를 성공하면 해방이 된다. 따분한 게임처럼 들리겠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파괴의 미학. 바로 이 게임에서 느낄 수 있다. 최초 지역인 파커를 해방시키는 최종 임무는 이렇다. 차량을 가지고 EDF가 세워놓은 거대한 홍보판을 부숴야한다. EDF의 대응은 가히 엄청나다. 엄청난 수의 장갑차와 무장 차량이 몸으로 막아댄다. 사방에서 포화가 날아다니는 중에 들리는 보병의 총소리. 지금 생각해도 살짝 떨린다. 간신히 성공한 순간의 그 희열. 오랜 만에 느끼는 기분이다.

 

가장 큰 특징은 건물을 붕괴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건물의 주요 부분을 부수면, 하중에 못 이겨 붕괴된다. 건물 잔해에서 나오는 부품으로 주인공의 장비를 개선할 수 있기 때문에 지나칠 수 없다. EDF의 주요 거점들이 더 많은 부품을 주기 때문에, 결국 쳐들어가야한다. 컴퓨터의 인공지능은 썩 훌륭하지는 않지만,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수준으로는 충분한다. 게다가 게릴라는 태생적으로 소수이다. 정규군은 계속 쏟아져나온다. 이를 피하려면 해방을 시켜야한다.

 

미래가 배경이라 멋진 설정의 무기가 많이 등장한다. 가장 근사한 무기는 나노 라이플이다. 유기물/무기물 가리지 않고 접촉한 사물을 무기 이름 그대로 나노 레벨로 분해한다. 보병에게 명중시키면 들리는 그 끔찍한 소리란. 유감스럽게도 주인공도 죽을 수는 없고, 적의 장갑은 점점 강해지므로 사용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열감지 로켓을 발사해서 건쉽을 격추시키는 기분또한 짜릿하다. 이런 무기들이 있다고 안심해서는 안된다. 적은 끊임없이 병력 증원이 되고 탄창은 비어간다. 그러나 나도 혼자가 아니다. 레드팩션의 인기가 높아지면,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전투에 참여한다.

 

워커를 빼놓을 수 없다. 화성의 산업용 기계지만, 엄청난 출력과 내구력은 건물 파괴의 최강자이다. 느리고 후방/대공 공격에 무방비라 포위 당하면 별 힘을 발휘하지 못하나다. 허나 대형 워커로 EDF의 기지를 쑥대밭으로 만들어보라. 나는 골리앗이고 적은 다윗이다. 돌팔매 가지고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 건물 하나는 눈깜짝할 사이에 날려버릴 수 있다. 정말 통쾌한 게임이다.

 

이동은 주로 차량을 이용한다. 미래 배경에 걸맞게 근사한 차량이 많이 등장한다. 민수용 차량은 아무래도 전투에는 적합하지 않다. 반면 EDF가 사용하는 차량은 실용적이고 기능적이다. 험비 스타일이라고 할까. 특히 미사일 전차. 장거리를 미사일로 포격하면서, 중거리는 대인 추적까지 가능한 유도탄을 발사할 수 있다. 정말 이 게임을 만든 제작진들에게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스토리는 보잘 것 없다. 복선이 있는 것처럼 나오다가 유야무야 마무리된다. 오직 전투. 그러나 전투가 너무나 대단하기 때문에 다른 단점은 너무나 사소해진다. 교훈을 얻어야한다. 장점을 강화해야한다. 단점을 보강할 필요조차 없다. 시간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피터 드러커 책에도 나오는 교훈이다.

엔딩을 보면 레드 팩션의 앞날이 그리 밝지 않은 것같다. 그들은 우주 공간을 투사할 수 있는 무기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결국 EDF에 압도당할 것이다. 그리고 마라우더는 뭐하는 녀석들인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속편이 기다려지는 게임이다. 물리 엔진이 보여주는 생생한 현실감에 압도되어 봤다. 잊지 못할 경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