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감상문

체 게바라 평전

ehei 2010. 11. 6. 22:53

유명한 게릴라로서 지금의 쿠바 건설에 크게 기여한 사회주의자. 이렇게 정의하며 될까. 그에게 열린 넓은 길을 외면하고, 기꺼이 스스로를 산 제물로 바치고 혁명의 불꽃에 뛰어들었다. 그는 현실에 관심을 가지고, 옳다고 생각하는 방법으로 개선하기 원했다. 바로 폭력으로. 가진 자가 순순히 나누지 않음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처음부터 폭력만이 진정한 해결책이라고 생각했다.

혁명을 위해 쿠바에 상륙한 뒤로, 그는 정말로 저돌적이었다. 오죽했으면 피델 카스트로가 지휘자로서 목숨을 소중히 여기라고 명령까지 했을까. 일부는 그런 행동이 일종의 자살 행위가 아니었을까 하고 추측했다고 한다. 그는 천식을 앓고 있었다. 한국이라면 징집도 면제될 만한 병이다. 그런데 정글에서 몇년씩 게릴라 활동을 했다... 책에서 그가 기침을 심하게 하는 부분을 접할 때마다, 그 괴로움이 전달되는 듯 했다. 나 또한 원인 불명의 발작적 기침을 몇년간 앓았던 적이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글이라니! 말할 필요도 없이 가혹한 환경이다.

고작 수십명이 시도한 쿠바 혁명이 성공한 이유를 뒤짚어보자. 정부군은 미국의 원조로 잘 무장되어 있었고 머릿수도 많았다. 그러나 마오쩌둥의 홍군처럼 민중을 공략했기에 성공했다. 정부가 잔인한 수색대를 보내, 협조자를 죽이고 마구 폭탄을 쏟는 동안, 게릴라는 오지에 학교와 병원을 세웠다. 또한 농민들이 불편해하지 않도록 규율을 엄격히 지켰다. 홍군이 한 그대로이다. 정부군이 점(반란군 출현 지점)을 공략하는 동안, 게릴라는 면(민중)을 공략했다. 전략면에서 이미 패했으며, 승리는 시기 만이 문제였다. 기운이 무르익자, 정부는 더 이상 할 것이 없었다.

게릴라 시절에 비해 쿠바 공직에서 근무한 체의 서술은 웬지 허술하다. 그가 추진한 정책 같은 것보다, 사탕수수 베기같은 개인적인 면에 초점이 잡혀있어서 그런 것 같다. 경제에 관심도 없는 그를 피델은 왜 국립은행 총재로 앉혔을까? 어쩌면 허명만 있는 직위였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사실 체의 책임으로만 돌리는 것도 무책임할 것 같다. 그는 모범을 보였지만, 대부분의 인간은 공산적 사회주의에 참여하기에 정신/육체면으로 힘들 수 밖에 없다. 그리고 당시 쿠바만 경제에 실패한 것도 아니고... 그리고 사회주의라서 실패한 것도 아니다. 행운이 모자랐을 뿐이다. 잔뜩 빚을 얻어 중공업과 사회 기반 시설을 건설한 한국에게 베트남 전쟁이 없었다면?

그리고 그는 정말로 대단한 인물이다. 그의 업적은 둘째치더라도 그의 정신을 찬양한다. 자기가 가꾼 과일 나무의 열매를 따먹는데 그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해방을 위해 스스로를 던졌다. 혁명의 주도자가 약속된 부와 지위를 버리고, 다시 볼리비아의 정글로 들어가버렸다. 누가 이런 걸 상상할 수 있을까. 웬지 예수를 연상하게 한다. 그의 행위 모두에 찬성할 수는 없지만, 모든 것을 버릴 수 있는 용기. 이것만으로도 그는 위대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읽은 역사책에 이런 사람은 없었다. 용기는 자신을 바꾸고 세상을 바꿀 수 있다. 옳은지 그른지 생각할 필요는 없다. 역사책은 항상 시대에 따라 옳고 그름을 바꾼다. 그의 용기가 압제 하에 있는 쿠바 민중을 구했다. 그리고 남미의 영웅이 되었고, 지금은 혁명의 아이콘이 되었다. 해가 갈 수록 같은 자리에 머물러 있고, 나아가기 주저하는 나를 발견한다. 허나 가만히 있는다고 달라지는 건 없다. 변화는 용기를 필요로 한다. 올해가 얼마 남지 않았지만, 좀더 진취적인 마음을 가지려 한다. 이런 마음이 약해질 때마다, 정글에서 천식과 싸우는 체를 생각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