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나 태어나서부터 고전으로 나온 책이 있을리가 없다. 성인이 쓴 책도 아니고 말이다. 여러 세대를
거치면서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공감을 얻으면 고전이 되는 것 아닐까. 어떻게 공감을 얻을 수 있을까. 책이라면 문자로 배치된
묘사 밖에는 수단이 없다. 이 책의 묘사는 정말 놀라운 수준이다. 작가가 주인공처럼 살아보고 1분 1초를 그대로 옮긴 듯하다.
자전 소설이라고 해도 이렇게 생생하지는 않을 듯 싶다. '존 마르코비치되기'처럼 작가가 그리 한 건 아닐까 의심될 정도이다.
읽으면 내가 주인공이 그의 기분을 느낀다. 활자화된 가상 현실이다. 나또한 겪은 사춘기 때의 복잡한 심리가 생각나며 그와 공감하게
된다. 그가 되어서 멍청한 녀석들에게 짜증내고, 친절한 선생에게 황당함을 맛보고, 귀엽고 영리한 여동생에게 위안을 얻는다. 이런
점에서 작가는 마술사나 다름없다. 이 책에 빠져버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