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한줄 요약: 과학자는 아무나 하는 일이 아니다... 평범한 일상을 멋진 소재
하나로 공포와 자극 넘치는 소설로 그려냈다. 항상성 우주라니... 연극으로 만들어도 될 만큼, 한정된 시공간에서 한 과학자가 겪는
나날이 어떻게 이리 흥미로울 수 있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솔라리스하고 비슷한 종류 같지만, 이쪽이 훨씬 재밌었다.
주인공은 천문학자로서 오랜 시간 끌어온 증명이 드디어 막바지에 다다른 상태이다. 그런데 며칠 전부터 그에게 은근히 신경쓰이는
일들이 계속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일이 그에게만 있는 건 아니었다... 공포는 실체화되어서는 안된다. 그 순간 한정되어
버린다. 시각 매체가 이토록 발달한 지금에도, 활자 매체가 사랑받는 까닭은 바로 상상의 힘 아닐까. 어렸을 나는 외계인을 몹시
두려워했다. 책에서 본 증언대로 어느 날 우리 집 창문을 넘어 들어와 나를 데려가지 않을까 몹시 두려워했다. 성인이 되자, 그런
것은 허구가 되어버렸고 공포도 사라졌다. 어쩌면 그런 흥미 하나가 사라졌다고 해야할까.
주인공의 입장에 처했을 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나도 그와 같은 행동을 취할 수 밖에 없었을 듯 싶다. 선택의
정당성 여부를 뛰어나서, 그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내게 지워지는 것이 아닌가... 다른 사람이 선택에 대해 왈가왈부할 자격은
없다고 본다. 어찌보면 씁쓸한 뒷맛을 남기는 소설이다. 그만큼 여운이 남고. 한바탕 소란 끝에 깨끗이 정리되는 우주 활극도 그
나름의 가치가 있겠지만, 읽고 나니 향신료가 없는 담백한 음식을 먹은 느낌이다. 간만에 좋은 소설을 읽은 듯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