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감상문

바이오쇼크: 랩처

ehei 2012. 10. 17. 02:23



게임이 원작인 소설은 대체로 재미없다는 특징이 있다. 엄격히 말하면 내가 접했던 것들은 그랬다. 내용을 뻔히 알고 있음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또한 게임 전개는 긴 호흡을 갖고 끌어나가기 어렵다. 지루함을 느끼게 되기 때문이다. 인간의 인내심은 기기 발전과 반비례하는 것이 틀림없다. 부모 세대만 해도 기다림을 당연히 여겼다. 끈기는 훈련되었다.

이 책은 흥행에 크게 성공했던 게임 '바이오쇼크'가 원작이다. 뛰어난 시각 효과로 표현한 수중 세계가 일품이라고 한다. 시나리오 및 전개도 훌륭하고 말이다. 책은 게임의 시간적 배경보다 전을 다루고 있다. 어떻게 수중 도시가 태어났고 몰락해나가는지를 말이다. 줄거리를 요약해보자.

앤드류 라이언 회장은 자수성가하여 거부가 된 인물이다. 그는 극단적인 자유주의자이다. 경쟁이 사회의 원동력이며 승리하기 위해서는 수단을 가리지 않는다. 그는 어떠한 규제도 증오한다. 한편 원폭이 개발되면서 미국과 소련이 대립하는 지경에 이른다. 이참에 그는 이상 세계를 만들고자한다. 완벽한 자유주의 세상을. 그러나 세상에 뜻처럼 되는 일은 없는데...

책은 엄청난 도전이었을 도시 건설 과정은 그다지 다루지 않는다. 해저 화산을 이용한 에너지 확보, 압력으로 인한 누수, 그리고 천문학적인 자금, 엄청난 기술적 도약이 필요했음을 간략히 적고 있다. 많은 독자들에게는 따분할테니 말이다. 사실 이런 도시를 개인이 짓는 건 말이 안되고 국가도 모를 정도로 비밀스럽게 했다는 건 더욱 말이 안되지만. 무대 장치라고 생각하고 넘어가자. 아쉽게도 이 책은 딱히 재미가 없다. 자유주의로 인한 권력의 횡포와 극단적인 상황 전개가 판에 박혔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 시대에 어울리는 일일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책이 쓸모가 있다면 극단적인 사상이 얼마나 위험한지 시종일관 알려주는 부분일 것이다. 예를 하나 들어보자. 쓰레기 수거권을 독점한 업체가 있다. 이 업체는 소매업도 하고 있다. 같은 사업을 하는 경쟁 업체를 제거하기 위해 비열한 - 수중 도시에서는 합법적인 일은 한다. 상대 업체에게 불공정한 쓰레기 수거 가격을 매긴다. 매장 앞에 쓰레기가 쌓이니 매상이 줄어든다. 한편으로 헐값으로 인수를 제의한다. 막다른 골목에 몰린 업주는 경쟁 업체의 업주를 쏴죽이고 자살한다.

한때 나도 중간보다 극단을 취한 적이 있다. 그러나 지금은 그게 얼마나 위험한지 알고 있다. 급진적인 변화는 희생을 뒤따르게 한다. 그 희생은 내가 치룰 몫일 수도 있다. 중용. 중용. 정말 그거야말로 어렵다. 공자께서는 평생을 해도 모자라다고 하셨잖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