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감상문
숨은 요새의 세 악인
ehei
2014. 3. 29. 01:30
스타워즈의 원전같은 영화라기에 봤는데 생각보다 유사점을 찾기 어려웠다. 그런데 무척 재미있는 영화이다. 인간 본성은 변치 않았다는 걸 손수 증명하듯, 그토록 오래전 영화임에도 세련미가 느껴진다. 나이와 미인이 관계없듯 영화도 그런가보다. 가끔 느려보이는 전개도 호흡을 따라가는데 적절하다.
세 악인은 내가 보기에 주인공들이다. 두 농부와 한 무사. 그들 모두 욕망에 충실하다. 전자는 노골적이고 후자는 속칭 귀족적일 뿐. 자기일에 열심이다. 전자는 금을 갖고 갈 욕심에 후자는 공주를 빼돌리는데 여념이 없다. 그런 이들이 대비되고 여걸스러운 이쁜 공주님이 양념을 쳐서 곳곳에서 코미디가 펼쳐진다. 모닥불에 불을 쬐는 농부에게 아무 말도 없이 무사가 다가온다. 그들은 영문을 묻고 싶지만 인상이 장난이 아니다. 겨우 용기내어 묻는 것이 개그 콘서트보다 더한 웃음을 준다. 이것이 실로 구식 웃음이라는 걸 알지만 말이다.
여정에는 갖은 고초가 뒤따른다. 말을 무사가 막무가내로 사버리기도 하고, 공주 또한 어거지로 매매혼으로 팔린 여성을 구해주려고 한다. 축제에 잘못 휩쓸리기도 한다. 그러나 운과 무사의 재기로 잘 해결된다. 그러나 그들의 고생도 수포가 되고 결국 포로로 잡히는데, 그 부분이 해결되는 건 좀 엉성해보인다. 노래가 근사하기는 했다. 그래도 오락 영화로 실로 적당했다. 추석 때 본 스타워즈 에피소드 전편을 감상했던 것보다 나았다고 할까. 마지막에 금덩이를 주고자 두 농부를 불렀을 때, 대청에 앉아있는 공주와 두 무사의 풍모가 그야말로 위풍당당했다. 그제서야 그들이 제다이의 전신임이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