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감상문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ehei 2015. 4. 5. 22:27



소설을 그야말로 오래간만에 보는 마당에 책을 눈 속의 독수리와 함께 빌렸다. 느낌은 그 다운 소설이란 점. 잘 썼고 술술 읽히고 중반부까지 긴장있게 흘러갔지만... 핀란드에서 돌아오면서 긴장감은 한방에 날아가고, 상실의 시대나 1Q84하고 똑같은 느낌이다. 상실의 시대는 그래도 괜찮았다. 그런 결말이 묘하게 여운이 남았고 신선했다. 결말이 아직도 생각났다. 그들은 어찌 되었을까.

그런데 1Q84 두 권을 읽고, 이번에도 이런 결말을 만나니 지갑을 잃어버린 기분이다. 몹시 찝찝하고 모든 행동이 후회된다. 다시는 이 작가의 글에 손을 대고 싶지 않다고 할까. 어쩐지 스티븐 킹이 그렇게 위대해 보일 수 없다. 풀리지 않은 떡밥질과 애매한 결말. 이전에도 이렇게 다 끝을 맺었는지 궁금하지만, 읽기 싫은 마음이 더 강해서 그럴 것 같지 않다.

불평은 이만하고 줄거리를 요약해보자. 다자키는 정말 친한 친구 넷이 있었다. 어느날 그들에게 갑작스런 절교 통지를 받는다. 그것은 그에게 엄청난 상처로 다가왔다. 죽음의 문턱까지 간 끝에 마침내 인상이 변했다. 이십년 가까이 지난 후, 진지하게 만나는 여성으로부터 절교 이유를 밝혀보라는 권유를 받는다. 그는 마침내 네 명의 친구를 다시 만나보기로 한다.

소재는 좋지만 뜬금없는 액자식 구조에 토끼발이나 다름없는 한 친구의 죽음. 그리고 마지막의 주인공의 애매한 태도. 네... 탈락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