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감상문

코인로커 베이비스

ehei 2006. 5. 19. 21:13

이 책은 환상 소설이나 진배없다. 좀처럼 있을 법하지 않은 일들이 주마등처럼 펼쳐진다. 그런데도, 두 주인공 키쿠와 하시는 생생이 살아서 나를 기대하게 했다. 좁디 좁은 코인 로커에 버려졌으나 살아남은, 유이(有二)한 그들이 세상에게 복수하는 것이 만화처럼 펼쳐진다. 각 장마다 각자의 이야기를 교대로 풀어나가는 것이 더욱더 독자를 조바심나게 한다. 결말에서 하시의 선택들은 마치 싯타르타가 보리수 밑에서 겪었던 고뇌를 생각나게 할 정도로 인상적.

 

키쿠의 뛰어난 육상 능력과 하시의 음울한 노래 솜씨. 뭔가 안 맞지만, 그래서 그 둘은 더 잘 묶여진다. 키쿠가 열혈남아라면, 하시는 쥐스킨트의 향수에 등장했던 주인공의 분위기. 꽤 두꺼운 책인데(700쪽), 작가가 그려내는 이미지가 머리 속에 너무나도 잘 그려지는 바람에, 완전 몰입했다. 나도 화나면 '다투라~'를 외워볼까. 아니면 '밀크'를 잡으러 가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