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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감상문

삼성 라이징

by ehei 2021. 4. 29.

한 거대 기업이 빛을 한국에 드리운다. 세계에서 거대 다국적 기업과 견줄 수 있는 몇 안되는 기업이기에 국민들의 사랑은 대단하다. 한편 업적 만큼 과오도 있다. 나는 실패를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인생이 어찌 도착지에만 뜻이 있겠는가. 그것은 내게 가르침이 되고 작은 이정표가 되어준다. 기업의 실패 또한 내게 중요한데 그건 실패가 기업의 장래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생각해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결국 주가에 영향을 미치고 반등 혹은 하락을 결정한다. 유감스럽게도 언론을 통해서는 삼성을 두둔하는 기사만 보일 뿐이다. 최근에는 상속세 문제가 이슈가 되어서 그런지 그들이 얼마나 국익에 이바지하고, 그러므로 쓸데없는 상속세가 그들에게 피해를 입힌다고 강변하는 기사도 쉽게 볼 수 있다. 그러나 어떻게 상속세가 발생했는가? 이것은 이재용 수감의 원인이 된 편법 증여로 발단한 것이 아닌가. 증여로 인해 거대 기업 경영권을 차지한 것에 비하면 상속세는 몇 푼안되는 돈일 뿐이다. 물론 10조를 현금으로 낸다는 것이 거대 기업 수장으로서도 어려운 일일 것이다. 그러나 그들의 처지가 결코 딱한 것이 아니기에 그들을 편들어줄 이유를 찾을 수 없다.

 

삼성에 대한 비판을 외부의 시선으로 보고 싶었기에 이 책을 골랐다. 작가는 외신 기자로서 여러 익명의 정보 제공자로부터 정보를 수집했다. 삼성이 가할 보이지 않는 압력을 기꺼이 받아들인 사람도 있었다. 그 중의 한명이 내부고발자로 유명한 김용철 변호사였는데, 그 또한 자식들이 국내에 취업하기 불가능할꺼라며 후회하는 발언을 할 정도였다. 사실 많은 내용이 보도 자료를 기반으로 했기에 아주 독특한 내용은 없다. 허나 이재용에 대한 몇 가지 내용이 눈길을 끌었다. 그는 분명히 리더쉽이 있고, 결정을 미루는 성격이 아니라는 것이다. 또한 그가 부재하더라도 기업이 잘 돌아가도록 장치를 마련해뒀다는 사실은 흥미로웠다. e 삼성의 실패는 분명 그의 아픈 손가락이지만 그것이 온전히 그 때문이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

 

재미있는 일화 하나가 있다면 반도체 사업에 관한 것이다. 이병철은 반도체 사업을 시작하기로 했지만 미국의 인텔 등을 둘러보고는 몹시 후회했다고 한다. 삼성은 너무 늦게 시작했고, 반도체의 거인들을 따라잡을 가능성은 전혀 없어보였다. 마침내는 사업 포기까지 생각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건희는 생각이 달랐다. 그는 아버지를 설득하여 밑빠진 독에 물을 붓게 했다. 엄청난 자본이 소요되었고, 외환 위기 때 삼성도 휘청했지만 마침내 지금의 영광을 맞게 되었다. 기회... 기회를 잡는다는 것... 막무가내처럼 보여도 결정했다면 전진하기... 그들이 반도체 사업에 성공하기까지 수 많은 역경이 있고 그걸 헤쳐나간 능력자들이 있던 건 틀림없지만, 그 모든 것이 하나의 결정으로 비롯되었다. 멋진 일화임에 틀림없다. 

 

작가는 많은 부분 삼성을 북한과 비교한다. 그 점은 꽤 설득력있었다. 사실 기업 자체가 봉건적 구조아닌가. 기업 CEO는 사실상 대귀족이나 다름 없는 대우를 받는다. 신입사원을 상대로 매스 게임을 실시한다거나 복장을 강요한다거나 하는 일은 어쩌면 흔한 일이기에 그다지 놀라운 정보는 아니었다.  어쩌면 한국의 기업 행태에 너무나 익숙해져서인지도 모르겠다. 비능률적인 의사소통, 경색된 조직, 잘못된 결정 등이 언급되지만 그다지 특별하게 느껴지지 않고 오히려 삼성의 성공 이야기를 더 비추는 것으로 보인다. 어쩌면 성공한 회사란 모름지기 실패보다 성공을 많이 한 회사를 뜻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외국인의 입장에서는 경악할 만한 내용인지도 모르겠다. 허나 기업이란 동서양을 막론하고 속성이 같다. 기업이 크면 클수록 먹이감이 많으므로 암투는 심해진다. 어쨌거나 얻은 것도 있다. 이재용에 대해 그다지 많은 내용이 언급되지 않고 부정적인 내용도 많지만, 어쨌든 그는 해야할 일을 하는 인물로 보인다. 앞으로 삼성에도 여러 위기가 닥칠 것이다. 수장이 감옥에 있는 건 유감스럽지만, 그는 분명 죄를 저질렀다. 김대중 대통령이 감옥에서 많은 수양을 쌓았고 내가 알기로도 감옥에서 사색과 성찰을 한 사람이 많다. 그에게도 그런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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