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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감상문

사이버펑크 2077

by ehei 2021. 4. 20.

뜻한 바가 있어 한동안 게임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었다. 허나 영어 인터뷰에서 보였던 내 미숙함에 대한 충격으로 인해 도피처가 필요했다. 그래서 산 지 몇 달된 게임을 마침내 설치했다. 게임을 하기 위해 몇 주간 새벽에 일어나야 했다. 아이들과 있을 때는 게임을 하지 않는 것이 내 규칙이기에 그 시간 외에는 없었다.

주인공은 길거리 용병이다. 그의 출신을 고를 수 있지만 크게 중요한 것 같지는 않다. 재키라는 사람에게 받은 의뢰가 계기가 되어 그와 용병 활동을 하게 된다. 그러다 거대기업의 후계자가 가진 물건을 훔치라는 의뢰를 받는다. 그 물건은 바이오칩으로 특별한 용기에 보관되거나 사람의 슬롯에 꽂아야 한다. 이 시대는 인체 개조에 대한 거부감이 전혀 없어 팔목에 연결선이 있고 머리 부근에 메모리를 넣을 수도 있다. 절도는 성공했지만 후계자가 아버지를 살해하는 걸 보게 되고 도주 중에 들키게 된다. 어쩔 수 없이 바이오칩을 머리에 꽂게 된 주인공은 임무 실패에 대한 보복으로 사살당하게 된다. 그럼에도 그는 살아나는데 그와 함께 조니 실버핸드라는 과거 테러리스트의 환각을 보게 된다.

게임은 대작 답게 여러 시스템이 많다. 해킹도 가능하고 능력 수치에 따라 대화 선택지도 다양하다. 은신 상태로도 진행 가능하고 격투, 냉병기, 총기 등 다양한 전투 방식을 고를 수도 있다. 아쉽게도 이것이 게임의 특징이 될 만큼은 아니다. 이런 방식 자체가 게임의 특색을 강화시켜 주지 않는다. 어떤 분기나 이벤트 없이 항상 같은 결과를 만나기 때문인 것 같다. 대화 선택지는 거의 전부 같은 선택으로 이어진다. 다양한 차량이 있지만 운전이 몹시 불편하다. 마치 트레드가 닳아버린 타이어가 달린 것처럼 거침없이 차량이 회전한다. 허나 바이크는 그렇지 않기 때문에 항상 이걸 이용했다.

그렇지만 게임에 전혀 불만이 없다. 미래 도시는 너무나 아름답다. 가까이 가면 다양한 인간 군상과 삶의 활력이 느껴진다. 시장, 식당은 그야말로 살아있다. 그들의 잡담은 현장감까지 느끼게 했다. 교외로 나가면 곳곳에 쓰레기와 폐허, 오염 천지지만 그것대로 사실적이었다. 이 게임 만큼 멋지게 미래를 표현한 것은 보지 못했다. 등장 인물들도 그러하다. 길거리에는 실로 다양한 인물들이 지나간다. 그 중 패션 모델 같은 인물도 있고 그때마다 쫓아가서 살펴볼 지경이었다. 게다가 이야기 진행은 실로 예술이라고 할 만하다. 위처 때부터 느꼈지만 그들의 화려한 솜씨는 여기에서 드러난다. 이야기는 단선적이고 익숙했지만 연출 솜씨는 실로 놀라웠다. 드라마를 체험하는 느낌 그대로였다. 내가 본 엔딩은 실로 찝찝했고 묘한 여운을 주었다. 어쨌든 선택 이후는 인생 뿐아니라 게임에서도 불확정이기에 선택 자체를 후회하거나 다시 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게임을 하며 만난 많은 인물들이 살아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특히 리버와 주디 이 둘 간의 이야기는 감정선을 자극하는 것이 분명 있었다. 그들의 이야기를 더 알고 싶다. 그들과 함께 게임을 더 이어가고 싶다. 이런 생각이 들었을 정도였다.

게임성이나 레벨 디자인은 아직 데이어스 엑스를 능가하는 걸 보지 못했다. 그러나 그 게임도 완벽하지 않다. 어쨌든 그 게임 만의 장점이 있고 나는 충분히 그걸 즐겼다. 사이버펑크 2077도 마찬가지다. 그들이 선전했던대로의 게임성이 부족한 건 사실이다. 그러나 이야기는 진정으로 가치있다. 나는 그들이 영화를 찍는다고 해도 놀라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매듭짓는 방법을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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