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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감상문

컴퓨터 무작정 따라하기

by ehei 2003. 12. 10.

 

 

사실 내가 이 책을 볼 이유는 전혀 없었다. ^^; 그러나, 아버님이 오랜 직장 생활을 관두고 회사에서 쉬고 계신 지금, 그 이유가 생겨났다, 신문에서 지겹게 떠들어대는 정보화시대에 뒤쳐졌음을 느끼신 아버님의 요구가 초보(?)용 쉬운 책을 알아보도록 만들었던 것이다.

게다가 불호령이 두려웠기 때문에, 아버님이 좌절하지 않을 만한 쉬운 책을 찾기 위해 열심일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쉬운 책 찾기가 이리 어려울 줄이야! 처음이 쉬우면 나중에 이상하고, 책은 쉬운 것 같은데 편집이 문제이고... 맘에 딱 맞는 책을 찾으려고 보낸 수시간! 결국 못 찾고 표지가 예쁜 책을 골라버리고 말았다... ^^; 아버님에게 정성껏 골랐음을 강조하며 책을 드렸다. 그리고, 변변이 가르쳐드리지도 못하고 출퇴근을 반복하던 어느날...

한달이 지난 후 아버님이 능숙히 컴퓨터를 쓰시는 걸 보니 내게도 야릇한 만족감이 들었다. 꼬집어 말하자면, 나의 안목을 으쓱대고 싶었을까? 암튼, 그때서야 책을 자세히 보게되었는데 내가 책을 잘 샀는지는 약간 의문이다. 책에서는 XP만을 소개해주는데 내 컴퓨터는 2000이 깔려있다... 컴퓨터를 접해보신 적 없는 아버님이 잘 쓰시는 거 보니 별 문제가 없는 거 같기도 하다 ^^;

이 책의 아쉬운 점이 이런 것이다. 초보자용 서적이라면, 모든 사람들이 가지고 있고 아는 프로그램 만을 대상으로 해야할 듯 싶다. 그런데 디지털 카메라(컴맹이 디카를 제대로 다룰 수 있겠는가?), 윈앰프3(MP3는 어떻게 구하라고?), 특히 마지막의 한글 2002.... 하긴, 윈도우 환경이 너무나 쉬우니 이런 내용을 포함하지 않으면 책이 너무나 얇았으리라....

참 아쉬운 점을 좀 길게 토로했지만, 가장 맘에 드는 제목은 가장 마지막 부분이었다. <광고로 알아보는 컴퓨터 하드웨어> 이런 내용은 다른 책에서 찾아보기 어렵지만, 정말 중요한 내용이다. 그렇다고 누가 친절히 알려나주는가? 컴맹인 경우에는 찾기도 어려우니 더욱 그럴 것이다. ^^;

암튼 환갑이 다 되신 아버님이 보실만한 책이면 대체 얼마나 쉽겠는가? 그리고 아버님이 다 보신 후라도 절대 버리지 말기 바란다. 당신이 치매에 걸린 후에 다시 컴퓨터가 하고 싶다면, 요긴히 쓸 수 있을테니. 그때는 윈도우를 안 쓸지도 모른다고? 모르는 말씀. 그때는 고전 OS가 되더라도 나이가 든 당신에게는 가장 쓰기 편할테니까.

 

 


13/04/06

참고로 아버지는 불호령같은 건 모르시는 분이었지. 그냥 글을 돋보이려고 허구를 붙인거야. 실은 보통 내가 더 짜증내고 그랬지. 아버지가 이 책을 보셨구나. 그 분과 세상을 함께 할 수 없는 지금, 잊었던 기억이 생각나니 웬지 소중함이 느껴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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