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어린 시절에 보던 만화 영화 생각이 났다. 그중에 특히 에스카플로네가 떠올렸다. 웬일인지 그때는 왜 그런지 몹시 보기 싫었다. 왜인지 현대인이 다른 차원으로 가는 걸 싫어했나보다.
대충 평을 보니 무척 좋았다. 처음만 보고 그저 그런 선입견 때문이었을까. 왜 안 봤는지 의문은 접고 찾아봤다. 몹시 다행스럽게도 더빙판을 구할 수 있었다. 요새는 자막이 꺼려진다. 자막 보고 영상 보고 하는 게 좀 부자연스럽게 느껴지기 때문이리라.
출퇴근 시간과 집에서의 야식 시간 중에 조금씩 보았다. 다 본 소감은 대단한 작품이었다. 한 회 한 회 보면서 끝을 향하는 것이 몹시 안타까웠다.
내용은 여고생이 오밤중에 선배 앞에서 달리기 하다가 판타지 세계로 가서 벌어진다. 나쁜 사람의 꾀임에 빠진 형은 아우가 즉위하는 모국을 하필 즉위일에 멸망시킨다. 주인공인 왕은 에스카플로네라는 로봇을 가지고 탈출한다. 그리고 형이 참모로 있는 자이바하 제국과의 싸움에 나서는데...
이 작품의 특징은 복잡미묘할 것이 당연한 어린 여주인공의 마음을 잘 그려냈다는 점이다. 그녀는 남주인공을 도와주려 애쓰지만 한편으로 그런 자신이 도구처럼 쓰이는 것에 신경쓰인다. 선배를 닮은 멋진 남자를 좋아하고 이어지면서도 한편으로 흔들리는 마음을 느낀다. 고민하고 방황하는 심리 묘사가 아주 훌륭했다. 결말 또한 상투적이지 않으면서도 자연스럽게 마무리되어 좋은 여운을 맛보았다. 이른바 드라마가 잘 표현된 작품이다. 내 자식이 크면 보여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