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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감상문217

벤허 1959 영화가 보고 싶었는데 아주 오래된 것이다. 학창 시절에 강당에서 몇 번을 보았다고 생각한 영화. 아니면 텔레비전에서 였을까. 어찌되었건 다시 보니 내용이 전혀 내가 기억하던 것과 달랐다. 편린 속에서 떠오르는 건 갤리선에서 노젓는 것, 전차 경주 정도였다. 하지만 다시 보니 이야기는 마치 아침 드라마같았다. 널 뛰는 전개, 종잡을 수 없는 개연성, 주인공을 위한 온갖 상황... 하지만 그럼에도 알 수 없는 흥미를 느끼며 계속 보았다. 어쩌면 내 상황에 대입했을지도 모르겠다. 답답하다고 생각되는 그리고 내 청춘이 끝났음을 느끼며 내 한계에 부딪히는 느낌에 이런 걸 한방에 풀어버리는 영화같은 전개를 꿈꿨는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아 모든 것애 특수효과 따위는 없고 많은 사람들이 힘을 합쳐 굉장한 영상을 만든 .. 2024. 5. 6.
라이즈 2023 나이지리아에서 더 나은 삶을 찾기 위해 그리스로 밀입국한 부부. 그들은 4형제를 낳고 열심히 요양보호인, 잡역부, 건물 관리인으로 주야에 걸쳐 일한다. 월세를 내는 일도 빡빡하지만 그들은 화목하며 행복한 하루하루를 보낸다. 하지만 영주권을 얻는 것은 매우 어렵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도 유럽은 난민 문제로 시끄러웠기 때문이었다. 어느날 형제는 농구 클럽에 가서 재능을 발견하게 된다. 프로 리그에 갈 실력이지만 불법 이민자를 받아들이려는 모험을 할 팀은 없었다. 그러다 에이전트가 스페인 리그 계약을 따내고 NBA 드래프트 초대까지 받게 된다. 그는 마지막으로 지명되고 불법 이민자였던 가족은 미국 비자를 받아 합법적인 신분이 된다. 그가 바로 야니스 얀테토쿰보로 밀워키 벅스 소속으로 리그 베스트 플레이어 중.. 2023. 9. 8.
부기 2021 한 중국계 미국인 가정이 있다. 그들은 가정을 이루기 전부터 불화했다. 그들이 같이 살게 된 건 점쟁이의 희망적인 위로 덕분이었다. 그들에게는 아들이 있다. 그는 뛰어난 고등학생 농구 선수이다. 그의 별명이 영화의 제목인 부기이다. 부모는 그를 성공시키려 각자 노력한다. 아버지는 NBA를 꿈꾸게 하고 어머니는 전액 장학금 대학 입학을 꿈꾸게 한다. 아버지는 낙천적이고 어머니는 현실적이다. 둘 중의 한 명은 그럴 수 밖에 없다. 세금을 내기도 힘겨워하는 마당에 등록금을 감당할 리가 없다. NBA 드리프트에 직행할 정도는 아니다. 아버지는 이상적으로 보이지만 경제적으로 무능하다. 그녀는 그 점으로 그를 괴롭힌다. 아들은 그런 현실에서 내색하지 않는다. 부모에게 순종하고 그러면서 한 여자친구를 만난다. 그는 .. 2023. 8. 29.
삼성 라이징 한 거대 기업이 빛을 한국에 드리운다. 세계에서 거대 다국적 기업과 견줄 수 있는 몇 안되는 기업이기에 국민들의 사랑은 대단하다. 한편 업적 만큼 과오도 있다. 나는 실패를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인생이 어찌 도착지에만 뜻이 있겠는가. 그것은 내게 가르침이 되고 작은 이정표가 되어준다. 기업의 실패 또한 내게 중요한데 그건 실패가 기업의 장래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생각해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결국 주가에 영향을 미치고 반등 혹은 하락을 결정한다. 유감스럽게도 언론을 통해서는 삼성을 두둔하는 기사만 보일 뿐이다. 최근에는 상속세 문제가 이슈가 되어서 그런지 그들이 얼마나 국익에 이바지하고, 그러므로 쓸데없는 상속세가 그들에게 피해를 입힌다고 강변하는 기사도 쉽게 볼 수 있다. 그러나 어떻게 상속.. 2021. 4. 29.
사이버펑크 2077 뜻한 바가 있어 한동안 게임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었다. 허나 영어 인터뷰에서 보였던 내 미숙함에 대한 충격으로 인해 도피처가 필요했다. 그래서 산 지 몇 달된 게임을 마침내 설치했다. 게임을 하기 위해 몇 주간 새벽에 일어나야 했다. 아이들과 있을 때는 게임을 하지 않는 것이 내 규칙이기에 그 시간 외에는 없었다. 주인공은 길거리 용병이다. 그의 출신을 고를 수 있지만 크게 중요한 것 같지는 않다. 재키라는 사람에게 받은 의뢰가 계기가 되어 그와 용병 활동을 하게 된다. 그러다 거대기업의 후계자가 가진 물건을 훔치라는 의뢰를 받는다. 그 물건은 바이오칩으로 특별한 용기에 보관되거나 사람의 슬롯에 꽂아야 한다. 이 시대는 인체 개조에 대한 거부감이 전혀 없어 팔목에 연결선이 있고 머리 부근에 메모리를 넣.. 2021. 4. 20.
인구가 줄어들면 경제가 망할까 답은 아니다. 그걸 증명하기 위해 저자는 많은 사실을 언급한다. 요약하자면 국가 경제는 인구 성장으로 뒷받침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걸로 설명하기에 현대 경제는 과거에 비해 너무나 거대하다는 사실을 밝힌다. 그렇다면 어떻게 가능했을까? 바로 기술로 인한 생산성 향상과 새로운 소비처 창출로 가능했다. 전자는 자동화, 소형화, 모듈화, 신소재 등으로 실현했고 후자는 아이폰, 전기차, 패스트패션 등 신제품으로 가능했다. 아이를 낳아 성장하려 했다면 맬서스의 저주가 실현되었을 것이다. 한편 저자는 새로운 화두도 던진다. 경제 성장의 의미에 대해 던지는 질문은 사뭇 의미심장하다. 끝없이 성장하고 끝없이 재화를 추구하는 삶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물질주의의 끝은 허무주의와 맞닿아 있다. 어쩐지 책의 주제와 .. 2021. 4. 19.
소울 내 마음은 계산을 잘 할 줄 모른다. 나는 의견을 세련된 표현으로 하지 못한다. 그것은 직설적인 표현이 입에서 바로 나간다는 걸 의미하고 어떤 이들과 충돌한다는 의미가 된다. 많은 사람들과 충돌했는데, 팀장도 있고 사장도 있고 동료도 있었다. 20대 후반에 나비야라고 이제는 없어진 회사에 다닌 적이 있었다. 그곳에서 나는 신작 게임의 기획을 맡아 꽤 의욕적으로 일했다. 나는 게임의 모든 부분을 맡았다. 그리고 일종의 배수진을 치고 있었다. 여기서 할 때까지 최선을 다해보고 안되면 프로그래머가 되기 위한 공부를 하기로 말이다. 이것은 아트에서 기획으로 전직한 것보다 더 난폭한 시도였다. 당시 나는 할 수 있겠지 생각만 할 뿐 어떻게 시작해야할지도 모르는 상태였다. 나는 게임이 여성향인 만큼 기획 만큼은 여.. 2021. 4. 17.
버핏 워렌 버핏의 일대기를 그린 책. 스노볼이 버핏의 적극적인 협조 하에 쓰인 자서전이라면 이쪽은 순수하게 작가의 취재로만 완성되었다. 버핏은 도와주지도 않고 방해하지도 않겠다는 말을 작가에게 했다고 한다. 주인공이 같아서 그런지 두 책에서 묘사하는 삶의 궤적은 대충 비슷하다. 기가 질리게 만드는 책 두께도 그러하다. 이 책의 미덕은 그의 삶을 비판적으로도 조명하고 있는 점이다. 스노볼과는 다르게 그의 우상화된 모습을 벗기려는 시도가 보인다. 정확한 숫자를 말하며 비상한 기억력이 있어 보이는 매체에서의 모습과 달리 자신에게 유리하게 기억하고 다른 이의 공적을 가로챈다. 막대한 기부로 빚어진 박애주의자와 같은 모습과 달리 노동자의 기여를 절대 인정하지 않는다. 오직 경영자 만이 그의 총애를 받는다. 낡은 버크셔.. 2021. 4. 12.
로켓 컴퍼니 주식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부인에게 자신이 투자하고 싶은 회사에 대해 들었다. 그녀는 놀랍게도 진취적이었다. 우주 여행을 사업으로 하는 회사에 투자하고 싶다고 했다. 나는 그쪽 분야에 전혀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종목에 대해서도 몰랐다. 어쨌든 버진 갤럭틱이란 종목을 알게 되었고 투자를 했다. 그리고 그 사업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고 싶었다. 검색에 따르면 비행기에 재돌입 가능한 발사체를 쏘아 성층권 너머를 보여주는 것으로 보였다. 좀더 밀도있는 정보를 원했고 이 책을 알게 되었다. 이 책은 언급한 회사의 사업과는 완전히 다른 분야를 다룬다. 스페이스X가 더 걸맞을 것이다. 재사용 가능한 발사체를 만들고 저렴한 가격에 우주 공간에 화물을 나를 수 있게 한다. 그들은 초월적인 기술을 쓰지 않는다. 검증된 상용.. 2021. 3. 11.
포레스트 검프 영화를 보는 일은 종종 남의 인생을 훔쳐보는 것처럼 느껴진다. 평소 나는 좀 친하다 싶으면 꼬치꼬치 질문을 하는 편이다. 이것이 사람들을 불편하게 하므로 정말 친하지 않으면 꺼려지는 일이다. 중년이 접어들면서 교우 관계가 좁아지며 이런 일은 잦아지고 있다. 때문에 영화를 보는 일은 내게 대리 만족을 준다. 포레스트 검프는 바보 이야기라기 보다 우직한 남자에 대한 내용이다. 그는 아름드리 떡갈나무 같다. 그는 쉬운 길을 가지 않는다는 점에서 존경할만한 인격을 갖고 있다. 무언가 얻기 위해 그는 잔머리를 굴리지 않는다. 어쩌면 많은 생각이 불필요하다는 점을 일깨워주는 것 같다. 오로지 행동. 행동이 중요하다. 그는 생각하기에 앞서 행동한다. 제니를 구하는데 주저하지 않고, 어떤 기회가 오면 따지지 않는다. .. 2021. 3. 9.
페르세폴리스 책을 읽은 건 꽤 오래전 일이다. 영화가 나온 걸 안 것도 꽤 예전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야 보게 되었다. 책을 무척 재밌게 읽었음에도 말이다. 영화는 마르잔 사트라피의 자서전 같은 내용이다. 그리 긴 기간은 아니다. 그녀의 20대 초반까지의 삶을 그렸다. 그럼에도 무척 길게 느껴지는데 그것은 그녀의 삶에 극적인 일이 많기 때문이다. 친척이 사형당하거나, 할아버지가 왕족이었다거나, 친구 집이 미사일로 부숴진다거나 하는 일을 당한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게다가 그녀 자신도 반항적인 인물로 사회에 나름 도전하며 살았던 인물이었다. 영화 전반부는 유년기의 그녀가 주변에서 생기는 일들을 그리고 있다. 여기서 이란 사회의 시대적 사건들을 화자 입장에서 잘 그리고 있다. 나머지는 그녀 자신에게 집중해서 반.. 2021. 2. 21.
데이어스 엑스: 맨카인드 디바이디드 전작을 워낙 재미있게 했기 때문에 후속편도 꼭 해보고 싶었다. 거진 6개월 만에 시도한 것 같다. 좋은 평가보다 아닌 것이 더 눈에 많이 보였다. 그러나 이 세계관에 푹 빠지고 게임 시스템 또한 대만족이었던 관계로 일단 즐겨봤다. 이번 역시 대만족이었다. 전작보다 뛰어난 그래픽은 세계에 더욱 몰입하게 했다. 연출 또한 너무나 뛰어나서 문자 그대로 나를 흥분하게 했다. 차별받는 강화 인간들. 게토에 몰아 넣고 온갖 학대와 차별을 저지르는 일반인들. 그럴만한 사정이 있기에 그들을 분리해야하는 현실. 그로 빚어지는 문제들과 그를 둘러싼 인간 군상들을 현실감있게 그려냈다. 주인공은 태스크포스 29라는 대테러를 목적으로 하는 인터폴 산하의 조직에 속해있다. 그러면서 저거넛이라는 해커 조직과 함께 일루미나티의 비밀.. 2021. 2. 8.
현대조선잔혹사 이 책을 서가에서 꺼낸 건 북한에 대한 이야기로 생각해서였다. 배색도 인공기 같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이 책은 남한 그리고 조선업 노동자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 이야기는 실로 비참하고 잔혹했다. 마치 텔레비전 광고에 나오는 월드비전 식의 이야기였다. 그런 범죄에 가까운 일이 바로 우리에게 일어나고 있었다. 놀랍게도 기자는 위장취업을 했다. 그래서 하청 노동자의 삶을 며칠이나마 직접 체험했다. 그 며칠동안 가혹한 노동의 무게를 절감하고 죽음의 위기를 느꼈다. 일년에 사망자가 백단위로 나온다. 다치는 사람은 얼마나 많을까? 부상을 당해 불구가 된 사람도 나온다. 그러나 대부분 기본적인 산업재해보험의 혜택도 받지 못한다. 그런 경우 원청에 해가 되기 때문이다. 무사고 기록이 깨짐으로써 얻게 되는 불이익을 하.. 2021. 1. 16.
브이 포 벤데타 영화를 무척이나 감명깊게 보았던 탓에 언젠가 책을 꼭 봐야지 생각했던 적이 있다. 그게 10년이 넘었다. 모두들 재택근무하는 와중에 홀로 출근하는 덕에 식사 중에 독서를 할 여유가 생겼다. 이건 내 오랜 습관이었는데 결혼하면서 없애긴 했다. 어쨌든 주로 비주얼 노블을 본다. 오늘도 점심 먹을 때 볼 책을 찾기 위해 회사 도서관을 열심히 살핀 덕에 발견했다. 이 책은 파시즘에 사로잡힌 영국의 모습을 그린다. 영국 주변은 더욱 암울하다. 핵전쟁의 영향으로 다른 나라가 존재하는지도 알 수 없다. 어찌된 영문인지 영국은 그럭저럭 돌아간다. 게다가 놀라운 대중 감시 시스템을 구축하고, 운명이란 슈퍼 컴퓨터도 가지고 있다. 집권층은 선출된 권력이 아니다. 그들은 갱으로서 내전에서 승리한 조직이다. 그럼에도 내 생각.. 2021. 1. 8.
마르지 폴란드에서 자란 어린 소녀의 이야기. 이것 말고도 한 권 더 번역 출간되었다고 한다. 프랑스에서 발간되었다는데 거기서는 인기가 꽤 있나보다. 꽤나 많이 나온 것 같다. 그런데, 일상물이라지만 참 심심하다. 어린 아이의 일기장을 발견하고 옮겨적은 듯한 느낌이다. 사회주의 체제의 폴란드가 어찌나 유년 시절의 한국과 비슷한지 이국적인 느낌조차 받기 힘들었다. 폴란드 사람은 겨울에 잉어를 먹는다... 물건을 사기 위해 줄을 서야 한다... 바나나는 정말 귀하다... 러시아제 냉장고에 감동한다... 지금이야 물자가 넘치는 시대에 살고 있지만, 나 어린 시절에는 무엇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었다. 신문지도 알뜰히 모아서 학교에 갖다줘야 했다. 공병은 정말 알짜였다. 몇개만 모아도 과자 하나를 사먹을 수 있었다. .. 2021. 1. 5.
평범한 왕 아내를 잃은 한 노인이 소일거리를 생각해냈다. 바로 자신의 왕국을 세우는 일. 유감스럽게도 신민은 애견 한 마리 뿐. 허나 이것으로도 충분한다. 왕국의 일은 바쁘고 그걸 하느냐 그는 삶의 동력을 얻었기 때문이다. 불행한 딸과 몽상가 사위가 나오는데 이들은 이야기에서 빠져도 무방한 것 같다. 허나 노인의 삶이 워낙 건조하기 때문에 이들의 드라마가 없었다면 지루했을 것이다. 그저 가볍게 읽었지만 내 노년의 삶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어제는 라디오에서 무서운 이야기도 들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한국 노인 빈곤층 40%.... 그런 걸 떠나서 정서는 어떠할까. 아버지가 불편한 다리 때문에 얼마나 상처 받으시고 스스로를 고통스럽게 하셨는지 안다. 나도 그럴지도 모른다. 나의 배우자에게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것이.. 2020. 12. 31.
물건의 탄생 간만에 가볍고 유쾌하게 읽은 책이다. 광고마냥 그림과 글이 눈에 쏙쏙 들어왔다. 읽을수록 줄어가는 남은 쪽이 아쉽게 느낄 정도였다. 많은 발명가가 등장하는데 그 중에 11명의 어머니가 생각난다. 당시에도 유명했나보다. 자식들이 쓴 책은 “11명의 웬수들”이라고 하는데 영화로도 나올 정도로 히트했다고 한다. 그녀를 생각하니 시간이 없다는 말은 어떤 사람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 그리고 플라스틱 밀폐용기인 타파웨어 이야기도 인상적이었다. 어째서 발명가는 제품을 성공시킨 여자를 질투했을까... 그리고 티파티라는 다단계의 선구적인 모델을 도입한 와이즈 여사는 그토록 성공했음에도 회사에서 해고된 이후에는 일이 잘 안 풀려 끝내는 도자기공을 해야했다니. 인생의 앞날은 정말 알 수가 없다. 이 출판사가 괜찮은 그래픽 .. 2020. 12. 3.
내 아버지로부터의 꿈 미국 대통령을 역임한 버락 오바마가 쓴 자서전. 허나 그 때 쓴 건 아니고 그가 최초로 하버드 대학의 법률 저널 편집장일 때 썼다고 한다. 흑인 최초의 일이었기 때문에 상당히 주목을 받은 듯 하다. 게다가 너무나 복잡한 가정사-아버지는 결혼을 4번은 한 것 같고 어머니도 2번-에 백인과의 혼혈이란 점 외에도 이색적인 경력도 눈에 띄기 충분한 것 같다. 하버드 입학 전에 박봉에도 불구하고 시카고의 가난한 흑인 사회를 돕기 위해 나섰었다. 사실 대통령일 때 그가 보였던 유머와 멋진 화술, 환한 표정을 보면 책이 보여주는 것같은 그늘을 상상할 수 없을 것이다. 그의 아픔은 가난, 잦은 이주, 부재 중이면서 엄격한 아버지, 어머니의 지나친 관심과 나중의 방치, 뿌리에 대한 의문, 진로 등 너무나 다양하다. 너무.. 2020. 12. 3.
천재들의 실패 롱텀캐피탈매니지먼트(이하 LTCM)의 명성은 두 노벨상 수상자가 근무한 것만으로도 차고 넘칠 정도였다. 더구나 창업 핵심 멤버들은 살로먼 브러더스에서 회사 대부분의 이익을 창출할 정도로 능력있는 인재였다. 이 사실을 아는 월스트리트는 그들에게 돈을 투자하려고 불리한 조건도 기꺼이 감수했다. 수수료를 면제해주거나 펀드 내역이나 운용 방식에 대한 어떤 정보를 접근할 수 없는 정도였다. 그럼에도 투자하겠다는 곳을 골라 받을 지경이었다. 펀드의 초반 기세는 대단했다. 방법은 비교적 간단하다. 어떤 상품 가격이든 이른바 평균선으로 회귀한다는 일반 상식을 이용한다. 그걸 뒷받침하고 배팅 액수를 정하는 건 핵심 그룹이 만든 정교한 모델을 구현한 컴퓨터였다. 예를 들면 이렇다. 미국과 영국 국채 간의 역사적 통계를 이.. 2020. 11. 14.
대마불사 세계금융위기에 대한 책을 많이 읽은 것 같다. 허나 이 책에 대한 추천을 워렌 버핏이 한 만큼 안 읽어볼 수 없었다. 책은 방대한 내용에 수많은 등장인물이 나온다. 그러나 완전한 논픽션임을 자랑하듯 등장인물의 생각, 독백까지 나온다. 기자가 쓴 사실같은 소설이라고 해야할까. 철저한 인터뷰로 구성되었다니 찌라시같은 내용도 많이 들어있을 것 같다. 워낙 많은 인물이 나오는데 하나같이 능력자들이다. 어떤 사람은 동종업계 1년간 근무 금지로 몇천만 달러의 보상을 받았는데, 다른 회사 사장이 한시적으로 풀어달라고 사정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럼에도 내가 느낀 건 어떤 불세출의 능력보다는 인맥과 배팅이 전부같다는 것이었다. 그들 능력의 실체라는 게 말이다. 비싼 몸값일수록 상부에 끈이 많고 능력을 올린 사람일수록 남.. 2020. 10. 31.
마운트 앤 블레이드 2: 배너로드 배너로드가 올해 출시 예정인 건 알고 있었지만 잊고 있다가 문득 생각이 났다. 게임은 전작 그대로이다. 할 건 많지만 약간씩 아쉬운 느낌. 그러나 전투의 맛은 여전하다. 몇백 단위의 전투지만 부대를 지휘하여 적을 격파하는 재미는 전작보다 더한 것 같다. 세간의 평대로 보병의 대기병 능력이 전작보다 강하게 느껴진다. 특히 창병에게 다가서면 속수무책으로 피해를 입는다. 그러나 덕분에 전선이 전보다는 오래 유지된다. 그래서 전투를 구경하는 맛도 더 생겼고 전술 발휘의 여지가 넓어졌다. 전작과의 차이점은 향상된 그래픽이다. 최고 사양으로 해도 대작 게임과는 비할 바 아니다. 그래도 시대에 맞춰 적당한 시각 효과를 보여준다. 대장간이 생겨 무기를 만들 수 있고 그 외는 사소한 개선점들이 눈에 띄인다. 문제점이라면.. 2020. 10. 6.
행운에 속지 마라 인생이 운에 점철되어 있다는 건 이미 상식이니 논할 필요도 없지만, 저자 특유의 투자법이 관심있어 보게 되었다. 이른바 9:1 투자인데 90%는 초저위험 자산(미국 국채 등)에 넣고 나머지는 초고위험 자산에 넣는 방법이다. 이런 식으로 팻테일을 노리고 크게 한 방을 터트리는 방식이다. 초고위험 자산은 주요 외가격 옵션에 넣는다는다고 한다. 그런데 역자 말에 따르면 저위험 투자는 주로 옵션 차익 거래를 하는 것 같다. 나도 선물 거래에 관심이 있고 특히 콜옵션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알다시피 콜옵션은 손실이 제한되어 있고 이익은 무제한이다. 그러나 이런 상품을 시장조성자인 증권사가 순순히 제공할리는 없을 터. 당연히 수익은 거의 발생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여유자금의 아주 작은 부분을 여기에 넣.. 2020. 10. 3.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와 금융위기를 말하다 2012년에 있었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인해 빚어진 세계금융위기를 최전방에서 진화했던 수장의 강연 이야기를 책으로 옮겼다. 대학생을 상대로 강연했다는데 생각보다 쉽게 설명해준 점에 놀랐고, 학생들의 질문이 수준 높아서 또 놀랐다. 관련한 책을 이미 몇 차례 읽어서 그런지 새롭다거나 하진 않았지만, 금융 위기가 번져가는 과정을 알기쉽게 요약해서 설명해준다. 서브프라임으로 발생한 대출 부실은 사실 큰 위협이 아니었다. 전부 부실이라고 쳐도 총액은 얼마 되지 않았다. 베어스턴스 같은 증권회사가 가지고 있는 요구불 예금 성격인 MMF가 지급 거절되는 사태가 되자, 순식간에 유동성 위기가 발생했다. 자산은 충분했지만 이걸 처분해 지급하는데 따른 불일치가 생겼다. 이것은 공포를 낳았다. 이것이 들불처럼 퍼지자.. 2020. 9. 10.
설득의 에세이 존 메이너드 케인즈가 쓴 컬럼을 묶은 책이다. 사실 제목만 보면 인문 쪽 책인가 싶기도 할 것이다. 내 부인도 평소에 안 읽은 책을 본다고 신기해 했으니... 저자답게 경제에 대한 내용이 많다. 특히 중요한 사건-1차 대전 후 패전국 독일의 종전 협상-에 대한 의견을 적극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케인즈가 대가의 반열에 오른 것은 그의 주장이 대부분 맞았기 때문이다. 부담 가능한 패전 배상금, 확장적 재정 정책, 불황기의 균형 재정 반대 등이 대표적일 것이다. 금본위제의 종말도 빼놓으면 안되겠다. 심지어 자국 부채는 사실상 의미가 없다는 주장도 한다. 미국, 일본이 하고 있는 대로 아닌가. 그는 방법이 없다고 손을 놓아서는 안된다고 한다. 실패하더라도 시도해야 한다. 독일의 초물가는 저절로 생긴 일이 아니었.. 2020. 8. 13.
엑스컴: 키메라 스쿼드 프랜차이즈의 오랜 팬으로서 새로운 작품이 나와 흥분되었다. 마침내 이 게임을 하게 되었을 때 등장 인물 각각의 개성이 뚜렷해지고 이야기를 갖게 된 점이 새롭게 와닿았다. 구성은 단조롭다. 꾸민다는 건 사실상 없어졌고 스킬 선택의 여지도 좁아졌다. 전체적으로 재활용 느낌이 난다. 군대라기보다 규모가 작은 경찰 느낌이라 그런 것 같다. 바뀐 점도 많다. 턴 방식도 능동적으로 바뀌어 빠른 인물은 좀 더 빨리 턴을 가져간다. 돌진이라는 것이 있어 최초에 선공 기회가 있다. 등장 인물은 흉터, 교육 등으로 자리를 비우는데 동일한 개성은 없기 때문에 대타도 잘 마련해야 한다. 무엇보다 전투 하나가 짧아졌고 가벼워졌다. 깊이는 부족해보이지만 부담은 적어졌다. 덕분에 일주일 넘게 새벽을 맞이하면서 게임을 했다. 매 턴.. 2020. 8. 13.
금융의 제왕 중앙 은행 총재가 자본주의의 멸망을 예언한다면? 강연회에 나와 국가가 파산했다고 주장한다면? 국가 간의 대출을 하는데 국경선 협의를 한다면? 놀랍게도 1차 세계대전 이후부터 있었던 혼란의 와중에 실제로 생긴 일이다. 책은 1차 세계대전 이후 영국, 미국, 프랑스, 독일의 중앙은행 총재들이 혼란스러운 국내 상황을 금본위제에 맞춰 해결하려다 실패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금본위제는 물가 안정에 탁월한 효과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금 보유량에 맞춰 통화를 발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제도가 그렇듯 돌발 요인이 없을 때는 잘 돌아간다. 그러나 위기가 닥치고 사건이 극단적으로 일어날 경우이다. 이럴 때 대응또한 극단이 될 수 밖에 없다. 아주 작은 일부터 대공황이 시작되었다고 책은 언급한다. 한 은행이 주식을 고.. 2020. 7. 28.
스트레스 테스트 세계금융위기 때 난 뭐하고 있었지. 아마 당시 재직 중인 회사에서 여러 해외 서비스를 준비하느냐 바빴던 것 같다. 게다가 결혼도 있었다. 그리고 당시 내 재산은 결혼을 위해 전부 예금 형태여서 뭔가 와닿는 손실도 없었다. 부인 또한 그렇고. 결혼 후에는 전셋집에서 살았기 때문에 자산 변동도 알 수 없었다. 2014년이 될 때까지 주식은 한 주도 없었다. 그래서 이런 엄청난 사건이 있다는 것도 몰랐다. 뉴스도 별로 보지 않았나보다. 아마 게임하기에 바빴던 걸로 생각된다. 지금은 약간의 주식이 있고 게임할 시간이 잘 안나는 나머지 심심하면 경제 관련 소식을 찾는다. 그래서 더 민감해지는 것 같다. 그래도 올해 할 게 많아 조금 멀어지는 것 같기도 하고. 새로 가진 영화 감상 취미도 괜찮고 말이다. 그래서일까.. 2020. 5.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