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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감상문

별 방랑자

by ehei 2011. 2. 28.

바다 늑대 이후로 오랜만에 읽는 잭 런던의 책. 차가운 감옥 안에 있는 사형수의 수감 생활이 주가 되어, 그의 무한한 정신이 겪는 몇 건의 모험담이 어우러져 있다. 한국에 대한 책을 썼던 경험 덕인지 조선도 주인공의 여정이 된다. 설정은 도무지 몰입이 되지 않지만... 사실 내게는 교도소의 삶을 묘사하는 부분이 더 재미있었다. 인간성을 시험하는 폐쇄된 공간... 절대 겪고 싶지 않은 것이지만, 터부마냥 궁금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구속복? 나는 폐소공포증이 있는 듯 싶다. 답답함을 느끼면 안절부절하게 된다. 그런데 그 단단한 천을 사람의 몸에 꽁꽁 둘러싸다니... 책에서는 일반 사람은 며칠을 못 버티고 미치거나 죽는다고 한다. 구속복의 느낌이 알고 싶다면 이 책을 봐야 한다. 참으로 실감난 묘사에 절로 답답해졌으니 말이다.

 

한편으로 작가는 교도소의 존재 이유에 대해서 화두를 던지고 있다. 수감자에게 가해지는 정신적/물리적 폭력들. 이런것들이 납세자에 대한 봉사란 이유로 정당화될 수 있는지 묻는다. 묻기는 쉽지만 답하기 어려운 문제이다. 어떤 사람들은 교도소의 이런 환경이 범죄자들을 더욱 난폭하게 만든다고도 한다. 다른 쪽에서는 약한 처벌이 범죄를 부추긴다고 한다. 무엇이 맞을까? '빛이 비치면 그림자가 생긴다'하고 비슷한 것 같다. 어쩌면 약한 몸에 병이 드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건강한 사회는 스스로 정화한다. 그 사회가 어떤 문화를 지향하고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개인의 인격을 존중하고, 타인의 존엄을 인정하면서, 자아를 실현할 수 있는 사회. 그건 사회 구성원 각각이 꿈꿔야한다. 많은 사람이 꿈꾸면 현실이 된다.

 

다시 책 이야기로 돌아가면, 주인공은 다양한 삶을 거치면서 그의 정신은 성장해나간다. 찰나를 영원처럼 살면서 부당한 박해를 극복한 그에게 어떤 삶이 기다리고 있을까. 아쉽게도 초반의 긴장감이 끝까지 이어지지 않는다. 처음에는 신선했던 그의 윤회도 거듭되면서 전체적인 이야기의 흐름을 잃게 만든다. 설상가상으로 윤회조차 점점 단순한 이야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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