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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끄적

새해를 맞이하며

by ehei 2012. 1. 2.

나의 죽음까지는 어김없는 일이 있다. 나이를 먹는 것이다. 일분 일초가 쌓여서 또 다른 1년이 지났다. 스물다섯 무렵부터 12월 31일에는 재야의 종을 들으려 종각역으로 가던 발걸음이, 공부와 이런저런 일로 잊혀졌다. 2012년은 내게 변화가 예상되는 해이다. 나뿐 아니라 부인도 여러 계획이 있다. 모처럼의 데이트도 할 겸, 새로운 마음도 가져볼 겸, 부인과 종각역으로 향했다. 그녀는 그리 내켜하지 않았지만 반신반의하는 모양새로 나를 따랐다.

어디나 그렇지만, 좋은 자리를 얻으려면 일찍 갈 수 밖에 없다. 9시 즈음에 도착했다. 그러나 도착하면서 부터 일이 생겼다. 새해에 들뜬 사내 무리가 급히 뛰어가면서 내 부인을 친 것이다. 다행히 내가 팔을 단단히 잡고 있어서 넘어지진 않았지만, 대신 그녀는 띵한 기운을 얻게 되었다. 경찰 통제에 가로막혀 우리는 멈춰섰다. 통제가 풀릴 밤 11시까지 이제 서서 기다려야 했다. 키가 작은 그녀로서는 몹시 힘든 일이었다. 아까 얻은 두통끼도 있다. 생각보다 춥지는 않았지만 겨울이다. 가만히 있으니 한기가 전해졌다. 미안했지만, 이제 어떻게 할 도리도 없었다. 통제가 풀리고 간신히 경계담 근처까지 다가갔다. 그러나 아주 잠깐의 망설임 덕에 가장 앞 자리는 빼앗기고 말았다. 지루한 시간이었다. 주위를 둘러보거나 가만히 있는 것 외에는 할 일이 없었다. 어쨌든 시간은 흘러 마침내 타종이 시작되었다. 나는 잠깐동안 감격하며 함께 새해 인사를 주고 받았다. 그러면서도 카메라가 우리 근처를 비출 때마다 손을 흔들고, 인터뷰하는 사람 뒤에서 연신 V자를 그려댔다.

그리고 집에 와서 그녀는 몸살과 두통으로 신음하고 있다. 미안할 따름이다. 내년부터는 TV 앞에 앉아 그녀와 함께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새해를 축하하는 편이 좋을 듯 싶다. 이렇게 새해가 시작되었다. 올해도 내게 변화가 다가올 것이다. 나는 그 변화를 이길 준비가 되어있는가? 확신할 수 있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용기를 갖고 대처해나가고 싶다. 내 삶을 주도적으로 살기 위해 좀더 내 자신에게 충실해지고 싶다. 1년 후를 지켜보겠다. 나 자신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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