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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끄적

내가 썼던 기획서

by ehei 2011. 3. 27.

나는 참으로 방황을 많이 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경력 관리를 못했다고 하면 될까. 어쩌면 나 스스로를 파악하지 못했는지도 모르겠다. 시행착오를 그토록 많이 했다. 직접 몸으로... 암튼 그 때는 새로운 기회를 찾아 그토록 선망하던 대기업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다녀본 경험은 나쁘지는 않았다. 똑똑한 사람들과 열정적인 분위기, 풍부한 자원... 거기서 많은 것을 배웠지만, 점점 한편으로 마음 속의 먹구름을 느꼈다. 대기업의 한 부품으로서, 이런 일을 언제까지 유지할 수 있을까. 40살이 넘어서도? 좀 더 실질적인 일을 하고 싶었다. 입사 전에 픽셀 아트를 했지만, 그 쪽은 정말 나를 힘들게 했다. 하는 것만큼 인정받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프로그래머도 생각해봤다. 그러나 내게 준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게임 기획을 생각했다. 그리고 틈틈이 기획서를 썼다. 한 3개월 썼을까? 그 결과물이 아래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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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보면 우스운 구석도 있다. 아주 많다고 해야겠다. 그러나 이런 것도 지금의 나를 만들게 한 바탕이니 부정해서는 안되겠다. 그리고 언제고 시간이 나면 한번 구현해보고 싶다. 나는 나름 재미있다고 생각했지만, 그런 점을 인정받지 못한 것이 분하다고 할까. 본선에 가봐서 다른 사람을 설득시키는 과정도 좋은 경험이었다. 그런 것이 미리 훈련되지 않아서 아쉬울 따름이다. 입상에는 실패했지만 이 기획서로 게임 기획의 길을 걸을 수 있었다. 그 길은 내게 충분히 만족감을 주고 즐거움을 줬다. 그러나 역시 채워지지 않는 아쉬움을 느꼈다. 나는 실제로 게임을 만들고 싶었고, 그러려면 기술적 지식이 필요했다. 프로그래머가 되어야했다. 게임 기획 경력을 끝내면서, 인생에 도박을 걸었다. 아마 그때처럼 내 인생에 절박했을 때가 있었을까 싶다. 그때 스승을 찾아야했지만, 거기까지 생각이 못 미친 점은 아쉽다. 알지도 못하는 길을 스스로 헤치고 가야 했다. 그러다보니 항상 해야할 것은 많았고 깊이 파고들기가 어려웠다.

 

현재 회사에서 많은 경험과 지식을 쌓았지만, 더 깊이 쌓아야한다고 느낀다. 프로그래머는 내 적성에 딱 맞는 일이고, 무척 즐겁다. 나는 목표를 60살까지 현업에 종사하는 것으로 삼고 있다. 그러려면 지식의 깊이가 바다와 같아야 한다. 포부로 그쳐서는 안된다. 묵묵히 배우고 써봐야 한다. 참, 이 기획서는 우연히 생각나게 되었다. 사실 나도 잊어먹어서 다른 곳에서 가져와야 했지만. 운영팀에 동생처럼 지내는 이가 있는데, 기획자를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어떻게 그 길을 가야할지 잘 모르고 있다. 그에게 보여주기 위해 찾았고, 내게 예전을 생각하는 계기를 줬다. 덧붙여 2회때는 장려상을 탔다. 그러나 도저히 찾을 수가 없다. 그저 작은 상패만이 남아있을 뿐으로 아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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