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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감상문

스트레스 테스트

by ehei 2020. 5. 12.

세계금융위기 때 난 뭐하고 있었지. 아마 당시 재직 중인 회사에서 여러 해외 서비스를 준비하느냐 바빴던 것 같다. 게다가 결혼도 있었다. 그리고 당시 내 재산은 결혼을 위해 전부 예금 형태여서 뭔가 와닿는 손실도 없었다. 부인 또한 그렇고. 결혼 후에는 전셋집에서 살았기 때문에 자산 변동도 알 수 없었다. 2014년이 될 때까지 주식은 한 주도 없었다.

그래서 이런 엄청난 사건이 있다는 것도 몰랐다. 뉴스도 별로 보지 않았나보다. 아마 게임하기에 바빴던 걸로 생각된다. 지금은 약간의 주식이 있고 게임할 시간이 잘 안나는 나머지 심심하면 경제 관련 소식을 찾는다. 그래서 더 민감해지는 것 같다. 그래도 올해 할 게 많아 조금 멀어지는 것 같기도 하고. 새로 가진 영화 감상 취미도 괜찮고 말이다.

그래서일까. 이 책을 읽으니 정말 자본주의의 종말이 임박한 느낌이 팍팍 왔다. 금융계의 요한 계시록이 실현되었다고 해야할까. 철옹성같은 거대 금융 회사들이 연이어 넘어진다. 자칭 자본주의의 수호자인 도덕론자들은 시장의 자생적 힘을 주장하며 방치를 외친다. 그런데 당시 상황은 어땠는가? 당시 금융위기 소방수였던 저자에 따르면 어떤 거대 은행도 연관되어 있는 위험 노출에 자유롭지 않다. CMA로도 쓰는 MMF에서도 자금을 인출하려고 너도나도 달려드는 일이 발생했을 정도이다. 가지고 있는 자본을 지키려고 누구에게도 대출을 주지 않았다. 아무리 돈을 찍어도 소용이 없고 오히려 위기감만 고취되었다.

생각해보면 대단한 위기가 틀림없다. 자본주의 시스템의 모든 금융이 국유화될 뻔했다. 방치했다면 대공황이 왔을 터이다. 금융의 붕괴는 취약한 제조업, 서비스업을 무너뜨리고 실업율이 상승하면서 연체율도 올라가고 자산 가치는 하락한다. 어디서 끊어주지 않으면 연쇄는 가속된다. 그렇게 경제 활동은 침잠하고 정적 상태가 지속된다. 사실 자본주의의 위기는 수 차례 있었다. 이걸 민주주의로 이겨냈다고 해도 될까? 사회주의는 스스로의 시스템으로 위기를 벗어난 일이 있는지 잘 모르겠다. 있었던 것 같다. 체르노빌 사건도 있고.

저자의 노력은 결국 금융기관에 충분한 돈이 있음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었다. 그 돈은 결국 돈을 찍어서 조달할 수 밖에 없었고. 책에 나오는 단위를 보면 10억 달러 정도는 쓸데도 없는 푼돈으로 보인다. 그 정도로 금융위기 불길은 엄청났고 그걸 끄기 위한 노력도 대단했다. 그들의 노력은 실로 대단했다. 아마 한국도 다르지 않으리라. 내가 편하게 쉬는 동안 그들은 잠도 못 자고 국민들이 이해도 못하는 위기를 끄느냐 바쁘다. 그 과정에 일말의 실수라도 있으면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격으로 매도된다... 가족은 방치되고 고립감 좌절감에 휩싸인다. 정말 사명감 아니면 할 수 있을까.

저자가 강조하는 것 중에 이게 생각난다. 행동해야 한다고. 설령 일이 그르치더라도 가만히 있는 것보다 낫다. 뭐라도 해봐야 하는 것이다. 그 이후는 신에게 맡기고 말이다. 지금 나는 어떤가? 나 자신도 대단한 위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잠시 소강 상태처럼 보이지만 불이 꺼지지 않았음을 느낀다. 내가 그 동안 먹어온 눈칫밥으로 짐작이 된다. 그럼 이걸 타개하기 위해 어떤 행동을 하고 있는가? 여러 공부를 병행하고 무언가 결과를 낳기 위해 애쓰고 있다. 여러가지를 하느냐 산만한 것 같지만 그렇다고 하나에만 집중할 수도 없다. 그러기에는 이전 면접 때 느꼈던 부족함이 채워지지 않기 때문이다. 항상 디데이를 의식하며 최선보다 차선으로 전력 질주보다 꾸준함을 꿈꾸며 오늘도 노력하기로 했다. 그리고 결과에 상관없이 자습하는 습관을 가질 수 있다면 성공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내년의 나는 어떨까. 오늘의 내가 만들어보자. 유감스럽게도 어제는 머리가 아프다는 핑계로 영화를 보느냐 늦게 자서 아침에 조깅을 빼먹었다. 허나 괜찮다. 내일은 꼭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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