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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감상문

금융의 제왕

by ehei 2020. 7. 28.

중앙 은행 총재가 자본주의의 멸망을 예언한다면? 강연회에 나와 국가가 파산했다고 주장한다면? 국가 간의 대출을 하는데 국경선 협의를 한다면? 놀랍게도 1차 세계대전 이후부터 있었던 혼란의 와중에 실제로 생긴 일이다. 책은 1차 세계대전 이후 영국, 미국, 프랑스, 독일의 중앙은행 총재들이 혼란스러운 국내 상황을 금본위제에 맞춰 해결하려다 실패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금본위제는 물가 안정에 탁월한 효과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금 보유량에 맞춰 통화를 발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제도가 그렇듯 돌발 요인이 없을 때는 잘 돌아간다. 그러나 위기가 닥치고 사건이 극단적으로 일어날 경우이다. 이럴 때 대응또한 극단이 될 수 밖에 없다.

아주 작은 일부터 대공황이 시작되었다고 책은 언급한다. 한 은행이 주식을 고정가에 사주기로 하고 발행했다. 주식 하락의 영향으로 200달러에 매입하기로 한 주식이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한 남자가 매입을 요구하려 은행에 들어섰다. 은행 직원들은 강권에 가까운 설득을 했다. 앙심을 품은 남자는 은행이 위기에 처했다고 주변에 소문을 냈다. 그러자 사람들이 예금을 인출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하필 그 은행은 부실화된 은행이었다. 결국 은행 문이 닫히고 사람들은 불안해졌다. 다른 은행에도 인출 요구가 밀려들었다. 유동성이 부족해진 은행은 서둘러 대출을 회수했다. 중앙 은행은 유동성 공급 책임이 있었으나 금본위제에 묶여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국가의 경제가 어려워지자 외국 자본이 도피했다. 금 보유량을 지키기 위해 금리를 인상해야했다. 신용은 급격히 경색되고 경제는 더욱 침체했다. 결국 금 보유량이 가장 많은 미국마저 이를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책을 읽으며 작금의 현실을 생각해봤다. 현실과 괴리된 자산 시장을. 버블은 언젠가 터진다는 사실을. 그 시점은 무척이나 괴로율 거란 걸. 예금, 채권, 부동산, 주식 어떠한 자산 형태도 의미 없다는 걸. 그럼 어떻게 해야할까. 사실 알 수 없는 답인 것 같다. 그저 나의 선택을 믿으며 행동하는 수 밖에 없다.

재미있는 책이었다. 중앙은행 총재들의 감정을 잘 그려내서 더욱 몰입이 되었다. 인물들을 생동감있게 너무나 잘 그렸다. 케인즈의 빛나는 지성. 그리고 그 또한 무오류의 인물이 아니란 점도 재밌었다. 그리고 시류를 한 인간이 되돌리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도. 마지막으로 샤흐트 독일 제국은행 총재. 73세에 여러 재판을 거치며 무일푼이 되었는데도 끈질기게 재기해서 93세까지 살았다는 불굴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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