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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끄적

퇴직연금의 전훈

by ehei 2020. 12. 3.

2014년에 회사에서 퇴직연금을 가입하게 되었을 때, 나는 상품 선정에 고심했다. 팀에 인생에서 가장 존경하는 분이 있었는데 그 분에게 조언을 구했다. 그는 비범하게 똑똑하면서도 겸손하고 한없이 친절했다. 그는 주저없이 공격적으로 상품을 운용하겠다고 했다. 그래서 전부 펀드로 들겠다고 했다. 아무 생각이 없는 나도 잘하는 것 하나는 있다. 그건 나보다 현명한 사람을 인정하고 따르는 것이다. 그래서 나도 전부 그렇게 했다. 물론 정부에서 제한을 걸었다. 70%만 고위험 상품에 가입 가능하고 30%는 중위험에 걸어야 했다. 35%씩 각각 국내/해외 주식형 펀드에 들었고, 30%는 채권형에 들었다. 3년 후 수익은 대략 10%가 발생했다. 나는 해외를 청산하고 국내로 몰아넣었다. 그렇게 좋은 수익 기회를 놓쳤다. 오랫동안 수행했던 프로젝트가 접히고 회사도 폐업했다.

 

2020년 1월 회사를 옮기면서 퇴직연금도 재가입할 기회가 생겼다. 당시 삼성전자는 6만원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나는 그보다 훨씬 위를 목표가로 삼고 있었다. 삼성전자에만 투자하는 펀드는 없기에 어쩔 수 없이 삼성그룹 주식형 펀드로 바꿨다. 채권형 펀드도 삼성그룹 채권형 펀드로 바꿨다. 요컨대 올인을 했다. 사실 별다른 근거는 없었다. 다만 나는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이 결정이 잘못된 것이 뭐가 있을까 하고 말이다. 그리고 어떤 위험 요인이 있을까 하고 말이다. 어차피 대부분의 사건이 운에 결정된다면 인위적인 잘못을 찾지 못할 경우 그건 밀고 나가야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렇게 했다. 그리고 얼마 안 지나 코로나가 터졌다. 블리자드의 폭락 이래로 이런 경우 다른 것에 집중하는 편이 정신 건강에 좋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아예 보지도 않고 있었다. 최근에 삼성전자가 몹시 핫하기에 그제서야 수익률 조회를 해보았다. 그제서야 안 사실은 손실이 -20%까지 갔다는 사실이었다. 이걸 그 때 봤다면 내 기분이 어땠을까... 그렇다고 처분하지는 않았을 테지만 마음은 참으로 좋지 않았을 것이다.

계속 수익률은 시장 기대치 이하였다. 그런데 11월달에 역전이 발생했다. 너무나 가파르게 올라서 신기할 정도였다. 이미 블리자드 종목에서도 겪은 일이었지만, 게임주는 코로나의 타격을 거의 받지 않았기에 크게 실감나지는 않았다. 그야말로 반전이 이뤄진 것이었다. 이런게 장기투자의 가치인가 생각이 들었다.

 

고로 주식에서 오버슈팅은 언제 발생할지 아무도 모른다. 그저 미끼를 던져놓고 기다리는 수 밖에 없음을 다시 확인하게 되었다. 물론 나는 단기 예측을 불가능하다고 포기했지만 이 정도로 바뀔 줄을 예상하지 못했다. 그저 막연한 미래에 언젠가 그렇게 될 수도 있겠지하고 생각만 했을 뿐... 다행히 퇴직연금을 중간 정산할 일이 없었던 것이 내 행운이라 하겠다. 여기에서도 유동성의 중요함이 부각된다고 할 수 있다. 내가 급전이 필요했다면 이렇게 묵혀놓을 수 있었을까? 아직 현금화한 것도 아니고 확정 수익도 아니다. 그러나 기회가 언젠가 터질 수 있음을 또 실감하게 되었다. 그래서 기대보다 못한 계좌를 보며 오늘도 내일도 묵묵히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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