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의 힘이 머리를 때리는 작품. 이란의 샤 왕조가 무너지는 혁명 와중의 일을 사실감있게 그렸다. 빵으로 백조를 만들어준 삼촌도 죽고, 고문으로 손톱이 뽑힌 부모 친구도 죽고, 작가의 친구도 미사일에 직격되어 죽지만, 그들은 여전히 이란에서 살아간다. 악화가 앙화를 초래한다는게 어떤 것인지 책을 보면 절실히 실감할 수 있다.
여러 충격적인 장면들이 있다. 특히 갓 사춘기가 된 소년들에게 플라스틱에 금칠한 열쇠를 나눠주고, 이걸 갖고 죽으면 천국에서 미녀와 성찬이 기다리고 있다고 꼬인 후 지뢰밭으로 내모는 장면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어떤 사람의 인생이란 무슨 값어치를 지니는가. 여기 이렇게 느슨하게 살고 있는 나는 무엇일까. 재수좋게, 어디에 태어났는가. 그런 것만으로 인생이 정해진다. 그런데서 태어난다면 노력 따위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충동에 흔들릴 나이에 바로 목숨을 바쳐야 하는 것이다. 여기서 느슨하게 살아가는 내게 소름이 끼치게 한 책. 그런데... 이 땅에서도 그런 죽음을 찬양하는 듯 전쟁을 종용하는 이들이 아주 많다. 그것도 다른 나라를 업고. 자신이나 지인들이 죽는다고는 믿지 않겠지. 죽는 것은 모름지기 제 3자 뿐.
2권이 나오길 기다리지만, 이것만으로도 머리 속은 충분히 심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