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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감상문

생명이란 무엇인가

by ehei 2010. 7. 15.

삽화가 가득 실린 책은 내가 제일 선호하는 종류이다. 읽기 쉽고 무엇보다 상상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모르는 세상이 그려져있는 편이 많다. 이번에 읽은 책은 더더욱 그렇다. 세포 탄생이 부른 생명의 흐름을 따라가기 때문이다. 화석으로 남은 존재들이 천연색 삽화로 되살아났다. 틈틈이 있는 석학들의 진지한 인터뷰는 책을 그림책 이상으로 만든다. 특히 중력이 생명 탄생의 시발이란 글은 놀라웠다. 중력으로 인해 분자가 모이고 흩어지는 과정이 결국 화학 반응이 활발한 주머니 - 세포를 만들었다고 한다. 멋진 아이디어 아닌가.

두루두루 다루지만 그 중 캄브리아 대폭발기에 대한 비중이 높다. 공룡의 비중이 낮은 건 아쉽지만, 그 쪽을 다룬 책은 정말 많으니까 상관없다. 당시의 묘한 생물들을 보노라면 저절로 상상에 불이 당겨진다. 지느러미가 발이 되는 과정은 생명의 적응 형태에 제한이 없음을 깨닫게 한다. 학자들도 계통을 파악하기 힘들다는 삼엽충의 다양한 진화 형태를 보다보면 자동차 튜닝이 생각난다. 머리에 공이 달리기도 하고, 삼지창도 있다. 닻 모양의 머리나 기괴한 가시가 돋아나기도 한다. 이 시대 이전에도 생명은 계속 되었고 지금 볼 수 없는 것들은 정말 많다. 자원이 한정되면 진화 형태는 수렴된다고 한다. 정리된다고 해야 맞을까.
곤드리아 초대륙이 흩어진 지금의 5대양 6대주는 언젠가 다시 초대륙으로 결합된다고 한다. 그렇게 되면 생명의 양상은 전혀 달라질 것이다. 이런 장대한 흐름을 상상해보고 있자면 아찔하기도 하다. 그리고 생각해본다. 인위적이란 것이 있을까. 인간이 자연을 파괴하는 것일까. 생태계 교란이란 무의미한 단어가 아닐까 한다. 생명 활동의 부산물이 있을 뿐. 면죄부에 불과할 수도 있다. 허나 나타났다 없어지는 수많은 생물들을 보며 그런 생각이 떠오른다. 인간 또한 무소불위의 존재는 아니다. 지구 온난화의 논쟁 와중에도 빙하기가 오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언젠가 지구도 은하도 우주도 수축으로 인해 종말이 온다. 마지막으로 2m가 넘었다는 바다 전갈의 멸종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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