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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감상문

마켓 3.0

by ehei 2010. 9. 1.

목표를 세운다는 것. 어떤 의미일까. 나아갈 바를 정한다는 뜻으로 본다. 그게 정해지면 해야 할 것도 정해진다. 아니면 방황하게 된다. 책에는 변화하는 시장, 강해지는 소비자, 사회에 대한 헌신, 지속 가능한 발전 등 많은 이야기가 담겨있지만 그 중 핵심 하나만 고르자면 나는 포지셔닝 – 목표 설정을 꼽으려 한다.

 

게임 업계에 비춰 생각해봤다. 넥슨은 저연령 고객이 좋아하는 캐주얼 게임을 제공하는 느낌이다. 반면 EA는 소비자가 어떤 장르를 원하든 만족시켜주는 느낌이다. 블리자드의 경우 고품질의 뛰어난 게임을 만드는 느낌이다. 잠시 그들의 경영 이념을 살펴보자. 정말 멋있다. 좌우명으로 삼고 싶을 정도니까: ‘여태껏 없었던 최상의 굉장한 엔터테인먼트 경험을 창조하기 위해 헌신한다’(http://kr.blizzard.com/ko-kr/company/about/mission.html

 

기업만큼 개인에게도 목표의 중요성은 절대적이다. 나는 어떤가? 당분간은 버그 없는 게임 진행을 위한 작업이 목표이다. 그러나 미래의 목표는 블리자드의 그것과 유사하다. ‘핵심적인 재미를 줄 수 있는 게임 제작’이다. 그러려면 게임과 문화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게임도 컨텐츠 산업인 만큼 유행이 있다. 최근 게임의 제작 기간은 짧아도 2년, 길면 4~5년씩 걸리기도 한다. 트렌드가 바뀌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따라서 게임을 만들 때 현재보다 미래를 봐야 한다. 마비노기 영웅전 포스트 모템(http://www.slideshare.net/kwondoyoung/1-4648354)에 실린 내용대로, 게임은 프로토타입 단계부터 굉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해도 완성될 때쯤이면 그저 그런 게임 중의 하나가 될 수도 있다. 컨텐츠 산업은 본질적으로 위험한 사업이며 모험이 필요하다.

 

책에서 언급한대로 현대 자본주의에서 자본재는 더 이상 희귀하지 않다. 시장에 제품은 쏟아지는 반면, 소비자의 구매력은 감소하고 있다. 품질이 자동화 설비로 결정되는 만큼, 이것도 경쟁 우위 요소가 되지 못한다. 그간 찬양했던 많은 전자제품들이 중국에 위치한 공장에서 제조되는 현실을 보면 그렇다. 그럼 소비자는 무엇으로 구매하는가. 가격이 아니라면 브랜드이다. 사실 브랜드가 있는 제품은 더 높은 값을 치르게 한다. 일전에 읽은 책 내용대로, 현대의 소비자는 브랜드를 소비한다. 잠시 삼성, 현대, SK를 생각하면 뭔가 대표적으로 떠오르는 느낌이 있다. 그 느낌 덕분에 브랜드와 자신을 동일시하고 만족감을 갖게 한다. 소비하는 것만으로 그렇게 느껴진다. 따라서 브랜드는 차별화되어야 하고, 그래서 적절한 위치 선정 - 포지셔닝의 중요성이 부각된다. 허나 브랜드 구축은 오랜 시간과 비용이 든다. 그만큼 인내와 꾸준함이 요구된다.

 

사업을 성공하기 위해 소비자를 무시할 수 없는 건 당연하다. 그 힘은 책에도 반복해서 언급되지만 나날이 세를 더하고 있다. 인터넷의 각종 커뮤니티들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광속으로 정보를 퍼뜨린다. 스마트폰은 위치의 제약 또한 없애고 있다. 그들은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만족할 경우 보상한다. 나만 해도 새로운 게임을 하기 전에 리뷰를 읽고 함께 달린 댓글을 읽으며 판단한다. 최근 온라인 게임을 설치하고 익히는데 걸리는 시간이 만만치 않으므로 이건 필수적이다. 그들의 평가는 내게 영향을 미친다. 내가 한 평가는 또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미친다. 셋이 입을 모으면 거짓도 진실이 된다.

 

근사한 부분은 협력적, 문화적, 창의적 항목으로 기업을 평가한 곳이다(123쪽). 표를 통해 기업이 추구할 가치와 행동이 요약되고, 그것만으로도 회사의 이미지가 만들어졌다. 기업은 구성원들에게 이런 점들을 꾸준히 설득하고 동화하게 해야 한다. 그래야 기업의 미션이 달성될 테니 말이다.

 

언론에서 발췌한 많은 사실들이 단순 나열되어 있는 점은 주의해야 한다. 보도되었다고 다 진실은 아니니까. 내가 찾아낸 오류를 잠시 나열해본다. 아이팟은 스티브 잡스가 제안하거나 추진한 것이 아니다. 아이콘이란 책에 언급된 대로 그가 복귀하기 훨씬 전에 진행 중이었다. 잡스는 픽사를 하드웨어 회사로 알았다. 트위터는 본래 팟캐스트라는 창업 아이템이 실패한 직후 부각되었다. 창업자가 아닌 직원이 사사로이 만들었기 때문이다. 또한 수익 모델이 없는 것도 아니다. 매일 막대하게 축적되는 트윗을 구글 같은 검색 회사에 팔아 큰 수입을 올리고 있다. 익히 알려졌듯이 구글은 뚜렷한 수익 모델 없이 개발되었다.

 

참, 책의 원제가 마케팅 3.0이라는 사실이 후기에 나온다. 감사를 표하고 있지만, 한국에서 임의로 바꾸고 통보했다는 사실이 적시되어 있다. 출판사는 마케팅이란 단어를 심심하다고 생각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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