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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감상문

지루한 사람과 어울리지 마라

by ehei 2010. 8. 2.

유전자 구조를 밝혀내어 노벨상을 받은 제임스 듀이 왓슨의 회고록이다. 그런데 이게 세번째란다. 역자의 말에 따르면 종합편이고 마지막이라 한다. 이 책을 쓴지도 지금으로부터 20년이 넘었다고 한다. 생물학 연구에 평생을 바친 그의 삶을 엿보는 것은 재미있는 일이었다. 특히 그의 유년 시절에 대해 알게되는 것은 더욱 그랬다. 나도 아이의 아버지가 되려고 하기 때문인가 보다. 또한 거침없이 주변을 공격하는 모습이 폭로 기사를 보는 것마냥 책을 살아있게 만든다.

 

관찰을 중요시한 아버지와 지식보다 지혜에 비중을 둔 시카고 대학의 가르침은 나도 한번 접했으면 하는 소망이 생길 정도였다. 새를 관찰하며 생긴 과학을 향한 흥미. 지식을 주입하기 보다 지식인으로서의 자세 형성에 기여한 대학. 그리 좋은 대학은 아니었지만, 내가 편입했던 곳을 생각해봤다. 교육보다 취업에, 논문보다 자격증에 중점을 둔 교육. 도서관의 학우들은 주어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학업은 이미 부전공 신세이다. 공무원, 토익, 자격증... 초중고생들이 학원에서 지칠 때까지 선행 학습을 하고, 학교에서 딴짓을 하며 휴식을 취한다. 거기에 이제 대학생도 포함시켜야한다.

 

노벨상 수상 부분이 지나면 책은 점차 지루해진다. 하버드 대학의 교수직을 사임하고 콜로라도 스프링스 하버 연구소장에 장기 재직하면서, 그의 일은 접대/관리/로비 쪽으로 바뀐다. 그러면서 숫자와 인물들이 연표를 보는 것처럼 나열된다. 이야기대신 데이터가 종이를 채운다. 1/3 분량은 완곡하게 표현하자면 수면에 도움이 되는 내용으로 채워져있다. 그러다 역자 후기를 보면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 그의 거침없는 언변이 어떠한 결말을 맞이했는지. 그리고 자신의 혀를 정말 조심해야한다는 교훈을 얻었다. 후기 덕에 지루한 후반부를 참은 보람이 있었다.

 

그럼에도 각 장의 마무리를 장식하는 '과학에서 배우는 삶의 교훈' 덕에 이 책은 여전히 훌륭하다. 감명깊었던 몇 개를 뽑아보면, 제목으로도 쓰였던 '지루한 사람과 어울리지 마라', '가르치면서 자신은 더욱 발전한다', '과학은 극도로 사교적인 행위이다' 등이다. 특히 책 제목은 짧은 내 인생에 비추어도 진실이라 생각된다. 지루한 사람은 다른 사람도 지루하게 만든다. 재기 발랄하고 생명력 넘치는 사람을 생각해보자. 어떠한가? 활력이 생기는 것 같지 않을까. 그런 사람과 함께 하고 싶다. 그럼 자신도 변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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