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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감상문

야구 9단

by ehei 2011. 4. 20.

심심할 때면 으레 하는 일이 있다. 네이버 야구를 방문하는 일. 토요일 오후에도 마찬가지였다. 하는 일은 잘 안되고 마음은 무겁고 답답하고. 야구에 대한 이런 저런 글들을 읽고 자평하고 있었을 즈음, 상단의 커다란 배너가 들어왔다. 그게 야구 9단이었는데, 이전에도 몇 번 본 적은 있었지만 고백하건대 웹게임에 대한 편견으로 인해 무시하고 있었다. 이를테면 깊이가 없다?

 

어쨌든 글들도 모두 읽었고 할 일도 없었으므로 한번 어떤 게임인지 구경이나 하자 마음 먹었다. 역 시 웹게임이군. 초기 진입은 너무나 쉽구나. 설치 기반 게임도 요새 방식은 편해졌지만, 점점 커지는 리소스는 파일의 크기를 심대하게 키워왔다. 지난 주에 잠시 했던 러스티 하츠또한 그랬는데, PC방에서 했음에도 불구하고 설치만 20분은 걸린 듯 싶었으니까. 반면 이 게임은 당연히 원할 때 쉽게 들어가서 할 수 있다. 구단을 설정하고 스폰서를 설정하고 게임을 시작했다.

 

처음 느낌이 괜찮았다. 특히 게임 속이지만 푸른 운동장을 보는 것은 즐거운 일이었다. 작은 아이콘들이 공을 쳐내고 주고 받는 것들이 신기하고도 근사하게 보였다. 다른 야구 게임이 생각났다. 한때 나는 MVP 베이스볼 시리즈의 광팬이었다. 아마 진행한 게임만 1000판은 넘을 것이다. 이 게임은 대체로 쉬워서 홈런이 수시로 나온다. 안타도 한 게임에 20개 이상은 나오는 편이었으니까. 이기는 재미도 좋았지만, 가끔은 정상의 고독함(?)에 지루했다. 승률이 7~8할이었으니 그럴만도 했다. 그럴때면 과일을 먹으면서 컴퓨터끼리 대전을 설정해놓고 게임을 구경하고는 했다. 야구 경기가 없었을 때, CPU가 가상으로 펼치는 게임은 내게 충분한 즐거움을 했다.

 

이 게임도 마찬가지의 재미를 준다. 처음 얼마 간은 매 시 정각만 되면 신경이 곤두서곤 했다. 곧장 웹사이트에 가서 운동 경기 보듯이 관람했다. 진행이 너무 빨라서 아쉬울 정도였다. 9회까지가 10분 안에 끝난다니! 그래서 느긋하게 생각해야 한다. 매 게임이 1시간마다 벌어지므로, 상황을 거시적으로 보지 않으면 피곤해진다. 야구가 통계가 많은 스포츠기도 하고, 경영 게임 속성 상 해야할 사항들이 은근히 많다. 경기 하나 하나에 신경쓰는 것은 좋지 못하다. 스몰볼을 하기에는 너무 진행이 빠르다. 그게 순영향을 끼칠지도 장담할 수 없다.

 

이제는 느긋하게 정말 구단주의 입장에서 즐기고 있다. 현재 6위이니 성적은 좋지 않다. 허나 그것도 충분히 좋다. 7연패 당할 때는 씁쓸하지만, 연패를 끊는 승이 나오면 얼마나 반가운지 모른다. 게임을 하면서 경영 게임은 반드시 웹으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다루기 쉽고, 접근성 좋고... 웹사이트만한 매체가 어디있는가? 게다가 게임 자체의 완성도도 훌륭하다. 게임을 하면서 다시금 드는 생각이 있다. 게임의 재미는 수단이 결정짓지 않는다... 나의 선입견이 다시금 깨어지면서 생각하게 만들었다. 한국의 게임 제작 능력이 날로 훌륭해진다는 것을 느끼면서, 이 게임을 만든 이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그리고 나 또한 그리 되어야함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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