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아웃 택틱스

이제 고전 게임 축에 속할 정도로 예전에 출시된 게임이다. 그러나 이 게임의 지루함을 몇 차례 들었기에, 그 동안 손에 잡기를 미뤄왔다. 그러나 최근들어 몹시 심심한 덕분에 이 게임을 잡아볼 용기를 얻었다. 가장 큰 이유는 폴아웃의 설정을 이어받은 점이다. 나는 폴아웃의 설정을 무척 좋아해서, 찾아볼 수 있는 한 최대한 읽어보기도 했다. 그리고 폴아웃 1, 2에서 보여준 전투 방식이 그리 나쁘지 않았고, 나도 이 게임에 대해 어느 정도는 들은 바가 있었다. 폴아웃의 전투 시스템을 가져와서, 그 위주로 게임을 구성했다고. 롤플레잉 전개를 빼놓고는 폴아웃과 거의 그대로라는 것이다. 나 또한 게임을 즐겨본 다음 쓰는 것이지만, 어쨌든 첫 인상은 무척 괜찮았다. 강철 형제단(Brotherhood of Steel)에서 전공에 따라 차곡차곡 계급이 올라가는 것도 볼만했다. 흐름 자체는 괜찮다.

그러나 과정이 문제였다. 다섯 번째의 전투를 치를 때쯤, 게임을 하는 것이 무척 지쳐갔다. 가장 큰 문제는 턴을 넘기는데 시간이 너무 많이 든다. 적이 많으면 많을수록 더욱 그렇다. 실시간 형태로 즐길 수 있지만여러 적을 동시에 움직이는 인공지능을 상대하기에는 인간은 너무 부족하다. 난이도가 급격히 상승한다. 결국 턴 방식으로 할 수 밖에 없는데, 이러면 게임 시간이 너무 길어진다. 엑스컴 2를 하면서 느꼈던 악몽이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판이 거듭될 수록 지루할 정도로 길어진다. 또한 다양한 해결 방법이 장점이었던 다른 게임에 비해, 이 게임의 해결 방법은 너무나 평면적이다. 전투 위주의 게임에서 다른 방식의 해결 방법을 찾는다면, 폴아웃 1, 2의 후속작일 수 밖에 없겠지만... 결국 전투는 점점 길어지는데 만해, 이걸 회피할 방법이 없는 점이 내게 큰 단점으로 다가왔다.

폴아웃의 역사를 대충 꿰고 있지만, 직접 느껴보지 못한 점은 아쉽다. 허나 더 이상 하는 건 날 고문하는 일이다. 나는 주장한다. '게임도 억지로 하면 노동'이라고. 내가 이 게임을 다시 하게 되는 날이 올까? 대신 폴아웃 베가스를 하고 있을 것 같다. 시저의 군단을 이끌기 위해서 말이다. 현실성과 편의성의 균형, 그리고 이야기 전개의 중요성을 생각하게 되었다. 적당히 템포를 느리게 하다가, 중요한 순간에 절정을 맞아야한다. 인간의 신경은 쉽게 피곤해지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