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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감상문

실종 일기

by ehei 2011. 12. 17.

한 만화가가 있다. 엄청난 일에 시달리던 만화가는 갑자기 모든 것을 버리기로 했다. 그리고 떠났다. 산으로. 산에 숨어 단속을 피해 살면서,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 밤마다 마을로 내려온다. 음식물 쓰레기를 뒤지며, 길가의 꽁초를 피우며, 자판기 밑의 동전을 찾는다. 한없이 답답하고 길이 없는 것 같지만, 시종일관 웃고 있는 주인공 표정. 그리고 별미를 발견했을 때의 즐거움이 나에게까지 전해온다.

 

무전취식. 노숙. 다른 사람에게 그리 큰 피해는 주지 않는 것 같지만, 우울한 일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만화로 표현되는 그의 삶은 즐겁게 전해진다. 무엇보다 그가 원해서 하는 것이다. 스트레스 가득한 만화 일을 버리며 배관 설치 일도 한다. 오랜 음주 습관으로 마침내 알콜 중독에 걸려 치료하는 과정도 실려있다. 그에게 이런 경험이 유쾌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의 선택이고 인생의 한 부분을 차지한다. 누구하고 바꿀 수 없는 경험. 나의 선택 하나 하나가 내 인생을 조립해간다. 그가 만화에 그린 것처럼, 아픈 추억도 즐겁게 생각해보고 싶다. 그게 지금의 나를 만들었고, 더 나은 나를 만들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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