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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감상문

열네 살

by ehei 2012. 1. 8.

지금은 포기한 일이지만, 이십 대 때에는 간절히 시간을 거슬렀으면 했다. 영화에서 봤던 환상 같은 일이 나에게도 일어나지 않을까 기대하면서. 지나간 세월을 탓하며 그때의 결정을 번복하고 싶었다. 모든 결과를 최선으로 이끌고 싶었다. 당첨되지 않은 복권을 생각하듯이. 이번에 본 책은 그랬던 내 마음을 대변해준다. 주인공은 나비 효과 - 나비가 팔랑거리는 모습이 나온다 - 로 인해 열네살 그 시절로 시간을 옮겨간 것이다. 또 하나의 나는 없다. 대신 다른 동급생에 비해 월등하다. 몇 십 년의 경험과 지식으로 무장한 것이다. 싸움도 잘하고, 공부도 잘하고, 술도 잘 마신다. 여성을 대하는 태도 또한 나이답지 않다. 덕택에 교내 최고의 여학생과 교제하게 되었다. 이전 현실에서 그는 바쁜 샐러리맨으로서 가정에 소홀한 남자였을 뿐이다. 그런 그가 완벽한 중학생으로 탈바꿈한다. 그리고 무심코 보냈던 일상이 얼마나 행복했던 경험인지 새삼 깨닫는다. 지금의 열네살에 너무나 만족한다.'

 

마침내 그는 유년 시절에 겪었던 아픈 경험을 바꾸려 한다. 바로 아버지의 가출이다. 어머니는 그로 인해 너무나 고생을 했다. 이후는 직접 읽어보는 편이 좋을 듯싶다. 책은 담담하지만 서정적으로 있음직한 유년 시절을 그려낸다. 일본 이야기지만, 비슷한 문화권이기 때문일까. 정서적 교감을 느끼는데 부족함이 없다. 주인공의 대사 하나가 유달리 가슴에 남는다. '나도 가족을 버리고 도망치고 있어...' 현실의 부정하는 것이 무슨 소용일까. 도피한 그 곳에서 또 그런 상황이 생긴다면 어떻게 될까. 망치로 머리를 때리듯 뭔가 크게 울리는 느낌이었다. 내가 못했던 것, 안 했던 것. 그런 상황을 탓하는 것보다, 지금 상황을 바꿔보려 애쓰면 어떨까. 그게 설령 잘못 흘러가더라도 그것 또한 가치가 있을 것이다. 나 또한 나이를 먹어가는 입장에서, 다가올 인생에 대한 마음가짐을 잡게 해줬다. 주저앉고 싶을 때 한번 읽어보면 어떨까. 오늘은 겨울답지 않게 따뜻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