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고 나서 하루 빨리 책을 읽고자 마음 먹었는데, 꽤 많은 날이 지나고서야 이뤘다. 영화의 시각적 측면이나 정적이면서도 이야기를 긴장감 있게 끌고 나가는 것에 무척 감명받았다. 매우 긴 영화의 뒷 이야기를 끈질기게 읽은 이유이기도 했다. 뒷 이야기 중에 감독의 완벽주의 덕에 작가까지 덩달아 고생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오호, 그 정도로 책을 완벽하게 다듬었단 말인가. 게다가 영화 만으로는 부족했다. 어째서 그런 결말에 이르렀는지 도대체 알 수 없었다. HAL과의 대결이 끝난 후에 영화는 놀랍게 비약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꼭 책을 읽기로 했다. 하지만 다 읽고 나서 변한 건 없다. 여전히 모른다. 하긴 아서 클라크란 작가가 친절한 설명과 주석으로 유명한 건 아니니까. 영화와 사실상 같은 줄거리를 갖고 있다. 모르긴 몰라도 나처럼 생각한 사람이 꽤 많을 것 같다. 하긴 이 작가가 쓴 '유년기의 끝'도 '라마와의 랑데뷰'도 불가사의로 가득 차 있다. 외계인을 이해할 수 있다는 태도가 더 불가사의하겠지만.
인상적인 건 선내 생활이 상당히 심심해보인다는 점이다. HAL이 미치지만 않았다면 수 개월이 걸릴 행성간 여행 중에 할 일은 별로
없어보였다. 위급 상황에 대비할 승무원은 그렇다치고, 일반 승객들은? 정말 동면 기술이 개발되지 않는다면 끝없는 지루함에
폭발해버릴 터이다. 여지껏 많은 오락 거리가 있지만, 멀티미디어인 게임이야말로 해결책이 아닐까. 고향에 대한 향수를 달래주거나,
관심을 쏟을 애완 동물을 키우거나 하는 게임을 할 수 있다면 어떨까. 청량음료로서 괜찮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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