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겪은 일이다. 전세 만기가 되어 집주인과 논의를 했었다. 나는 전세금을 올리기 원했고 그는 소액이나마 월세를 받기 원했다. 다행히 이야기는 잘 풀려서 전세금을 올리기로 하고 구두로 재계약을 했다. 그런데 한달 후 그는 이런저런 사정으로 팔아야함을 전했다. 요사이 사회 문제로까지 비화될 조짐이 있는 부동산 값 하락이 주된 이유였다. 우리 부부는 이사갈 집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해야했다. 내가 사는 곳은 가구 수가 적고 입지가 그리 좋지 않아 가격이 싸다. 오히려 그런 이유로 이곳에서 전세를 얻기는 더 어려운 일이었다. 지금 금액으로 서울에 전세를 얻으려면 지금보다 더 외곽으로 가야만 한다. 다행히 집주인이 마음을 돌려서 거주 문제는 생각보다 간단히 끝났다.
책은 그런 내용이다. 단지 이 경우에는 땅 주인의 마음을 절대 바꿀 수 없다. 냉혈이 흐르는 정부가 주인이기 때문이다. 참, 대체 역사물이란 사실을 빼놓을 뻔 했다. 유대인은 알래스카에 정착할 기회가 있었다. 미국 의회는 그들을 위해 땅을 임대해주려고 표결까지 갔다. 현실에서는 무산되었지만 책에서는 그것이 이뤄져 싯카에서 몇 십년간 기한을 두고 살고 있다. 세월도 가고 땅을 비워줄 때가 이르렀다. 이제 줄거리를 요약해보자. 형사인 주인공은 수완은 좋지만 이혼하고 싸구려 호텔에서 산다. 그러다 투숙객 하나가 처형이라도 된 것처럼 살해당한다. 피해자는 유대인 정통파 사이에서 메시아로 알려진 인물이다. 그가 전한 축복은 신비롭게 이뤄진다. 축복받은 자들은 하나같이 암도 고치고 복권도 맞고 유산도 받는다. 그러나 그는 결혼식 전날 행방을 감추고 떠돌이 생활을 하다 드디어는 주검으로 발견된 것이다. 주인공은 진범을 잡기 위해 유대인 거주 지역 곳곳을 뒤지고 다닌다. 사실 수사에 열중할 상황이 아니다. 떠날 수 있는 이들은 세계 각국으로 떠나가고 있다. 그럴 수 없는 사람만 그저 다가올 날을 기다리고 있을 뿐. 그들은 연줄을 따라 세계 이곳저곳으로 떠난다. 경찰 업무조차 인계 중이다. 그래서 진행 중인 수사도 대충 끝내야 하지만 주인공은 막무가내로 조사를 강행한다. 차츰 미국과 유대인들의 음모에 접근하게 된다. 미국은 아랍 지역에 친미 국가의 필요성을 느끼고 실상은 폭력 조직인 유대교 정통파의 예루살렘 폭탄 테러를 지원한다. 대신 유대인의 팔레스타인 이주를 제안한 것이다. 주인공과 전부인은 음모를 막으러 미국 검찰에도 알리지만 이미 일개 경찰의 손을 벗어난 일이었다. 테러는 성공하고 정통파들은 약속의 땅으로 이주를 감행한다. 이런 상황에 살인범은 웬지 중요한 것 같지 않지만 삼촌의 짓이었다. CIA 요원이기도 했던 그는 알래스카에서 유대인의 삶을 평화적으로 지속하려 했다. 그 일에 실패하고 강경파의 움직임이 현실화되자 테러의 상징이 될 메시아를 죽였던 것이다. 대의와 동정심? 아마 그런 것이 이유일 터이다.
제목만 보면 비밀 결사라도 나오나 싶었지만 웬걸. '유대인 경찰 연합'이란 그저 주인공이 속한 친목 집단의 이름일 뿐. 수사 중 정당방위로 살인을 한 주인공에게 정직 처분이 내려지고, 배지가 없는 그가 상점에서 보인 회원증이고 그 이후로 다시는 나오지 않는다. 사실 책을 읽게 된 이유는 대체 역사물이란 글 덕분이었다. 그런데 웬일. 그런 느낌은 거의 없다. 추리 소설이라고 하는 편이 낫겠다. 추리 소설이라고 하면 사실 전개는 약한 편이다. 하드보일드 소설? 주인공보다 죽은 자가 더 매력적이라서 그럴지도 모른다. 하긴 구원자 아닌가. 어쨌거나 가혹한 주변 상황이 압도적이라 주인공이 절망적으로 사건에 매달리고 있는 걸 알면서도 그다지 공감이 가지 않는다. 생각해보라. 당장 내가 다음 달에 집을 떠나야 하는데 갈 곳이 없다. 그런데 싯카의 경우 이건 더 높은 차원의 문제다. 나라를 떠나야하는 것이다. 받아줄 나라가 없으면 몸 하나 누울 곳 조차 없다... 유대인들이 팔레스타인에 집착하는 이유를 알만하다. 솔로몬 다윗 시대를 들추며 그곳에 버티고 있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 미국의 지원 하에 서구화된 이스라엘은 뛰어난 기술과 인력을 갖고 있다. 반면 군대 기피와 인구 감소에 직면해있다. 반면 이슬람은 압도적인 인구와 영토를 갖고 있다. 이슬람 민주화로 인해 친미 성향의 세속 지도자가 대부분 쫓겨나고 종교 색채가 강한 친이슬람 정당이 지지를 얻고 있다. 핵무장을 하고 있지만 이 파도를 견디기 쉬워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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