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열심히 면식을 하고 있다. 사실 대충 먹은 건 부인님이 조리원 생활을 하면서 시작했다. 이제 그녀는 집에서 출산 휴가를 받아 애를 돌보고 있다. 허나 여전히 아침은 나와 먹지 않는다. 장모님이 와 계신 까닭도 있고 무엇보다 아직 잠이 짧은 아기를 돌보느냐 그녀는 늦잠을 자야하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대충 남은 밥을 먹거나 컵라면을 먹었다. 그러다 끓인 라면이 훨씬 맛있다는 걸 알았다. 컵라면을 작년에 너무 먹었나. 일단 봉지라면 면발의 쫄깃함은 컵라면이 어떻게 당할 도리가 없다. 면은 흐물흐물한데 국물은 달기까지 하다.
사실 나는 몹시 밀가루 음식을 좋아한다. 특히 면류. 반면 나의 그녀는 빵이나 과자를 즐길 뿐이다. 결혼 이래 나의 밀 식욕은 자연스레 줄었다. 그러다 이런 기회가 왔다. 거진 한달을 면으로 아침을 떼운 것 같다. 그러다보니 다양한 면의 욕구가 눈을 뜬다. 그리고 맛본 기억을 남기고 싶다. 퇴근길은 피곤하고 지루한 까닭에 이런 놀음이라도 해봐야겠다.
처음 평할 라면은 우육탕면이다. 나온지 얼마 안되었다. 나오자마자 +1 행사를 했는데 너무 싼 진라면에 혹해서 놓쳤다. 다시 행사를 했고 냉큼 구입했다. 이 녀석의 특징은 면 그 자체이다. 너구리보다 굵은 것 같다. 봉지를 뜯어 보면 끓이면 칼국수처럼 변신할 것 같은 녀석이 또아리를 틀고 있다. 열탕에 면을 넣고도 5분을 더 끓여야 할 정도이다. 살짝 덜 익혀 먹는 동생이나 돌아가신 아버지 입맛에는 맞지 않을 것 같다.
면은 정말 맛있다. 라면이라고 생각되지 않는다. 조금만 더 쫄깃하면 쫄면으로 변신해도 납득할 것 같다. 반면 국물 맛은 아쉽다. 고추장 맛이 강하다. 우육이라는 제목이 아깝게 소고기 맛은 모르겠다. 국물은 걸칙하지만 그래도 고추장 맛이 입 안을 메운다. 난 우육탕 큰사발의 국물 맛을 좋아한다. 조금 달지만 그래도 묵직한 무게감이 혀 위에서 느껴진다. 살짝 기름진 맛이 술 한잔 했을 때 더 맛나다. 덕분에 우육탕면에서 그 맛이 좀더 우아하게 만들어졌으리라 기대했다. 어쩌면 삼양 쇠고기 라면 스프하고 잘 어울릴 것 같은 느낌도 든다.
최근에 얻은 팁: 떡국떡을 많이 넣고 끓이면 국물이 제법 걸칙해져서 그럴 듯 해진다.
근황: 국물이 입에 착착 붙는다. 피곤할 때 먹으면 더 맛있는 느낌. 덕택에 올해 가장 많이 먹은 라면 1위로 등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