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히 라면은 대형마트 쪽이 사기 좋다. 다양한 품목에 종종 크게 할인하는 것들이 있기 때문이다. 가끔 동네 마트가 싼 것도 있다. 그런데 그것들은 하나같이 안성탕면이나 진라면 또는 신라면 같은 소위 인기 품목에 한해있다. 아무래도 선택의 여지가 없다. 이러니 가끔 라면 사냥을 위해 마트를 방문하는 건 내 심심풀이의 하나다.
그렇게 고른 품목이 삼양의 올리브 짜장이다. 여섯개를 삼천원에 파니 꽤 저렴하다. 다음날 아침에 시도해봤다. 조리법이 독특하다. 일단 면을 5분 끓인다. 그리고 물을 조금 남기고 춘장 스프를 넣어서 1분 좀 넘게 이른바 볶는다. 와우! 정말 맛있었다. 짜파게티를 먹은지 오래되었지만 이 정도였나 싶다. 생각보다 짜장면에 가깝다. 춘장 맛은 상당히 좋다.
생각보다 내 입맛에 맞는 짜장면 집을 찾기는 어려웠다. 사실 이 요리는 짠맛으로 모든 걸 덮는다. 다 먹은 후에 입안에서 맴도는 살짝 쓴맛. 그게 싫어서 최근에는 잘 안 먹고 있었는데, 이 녀석이 나를 정화시켰다. 짜장면의 안 좋은 기억이여 안녕. 집에서 끓인 게 이토록 맛난 줄은 몰랐다.
물만 잘 맞추면 쫄깃한 면에 깨끗한 뒷맛을 남긴다. 이게 핵심이다. 이 녀석은 면을 끓인 후 남기는 물 양이 핵심이다. 오늘은 물을 좀 많이 남기고 볶았더니 마치 짜장 국물에 면을 담근 거 같은 맛이 되었다. 혹시 짜장파티인가 즉석 짜장면이 있었는데 그런 맛이다. 생긴 건 짜장인데 넌 누구냐 하는 맛. 짜파게티보다 저렴하지만 결코 떨어지지 않는 맛이 이 녀석을 오래 기억하고 싶게 한다.
나/인용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