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 원격 교육이 시행되면서 많은 자기 개발서적을 읽었고, 그전에도 이런저런 책들을 읽었다. 허나 웬지 피터 드러커의 책들은 나도 모르게 꺼리고 손에 잡지 않았다. 그 유명함을 익히 들어왔지만 말이다. 이번에 회사에서 좋은 기회를 줘서 부담없이 읽게 되었다. 그러나 이 책은 정말 멋진 책이다. 최고의 책이다. 여지껏 읽은 모든 자기 개발서는 다 재활용으로 보내도 괜찮을 느낌이다.
책을 감명깊게 읽은 이유는 바로 내 자신을 다룬 책이기 때문이다. 나는 게임 산업에 종사한다. 게임은 손으로 만져지지 않는다. 순전히 머리로만 만드는 제품이다. 그야말로 완전한 지식 상품이다. 그리고 내가 최근에 느낀 나의 큰 잘못이 생각났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건 바로 나의 목표다. 내가 프로그래머를 시작하면서 세운 목표. 그건 바로 시킨 일만 잘하자를 목표로 삼았던 것 말이다. 뭐, 신입 단계에서는 그게 중요할 듯도 싶다. 그러나 저자도 지적하듯이 지식 노동자는 측정하기 어려운 특징들이 있다. 성취도를 측정하기 어렵고(무형의 생산물. 품질을 무시할 수도 없다), 업무의 과중을 측정하기 어렵다(이걸 조작하는 건 무척이다 쉽다). 그리고 누군가와 항상 협력을 하면서 작업을 진행해야하는데, 실제로 작업에는 이런 협력이 성취에 방해가 되어버린다.
그럼 나의 목표에 왜 잘못이 있었을까? 지식 노동자는 능동적으로 일할때만 그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그를 누군가가 규칙을 강제하고 감시해도, 그런걸 회피하는 건 너무나 쉽다. 바로 위에서 언급한 이유이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업무에 자발적인 성취 동기를 갖는 것. 드러커는 그래서 지식 노동자는 목표를 가져야하고 - 목표 없이 무얼 하겠는가, 방황? - 그 목표는 절대 불변이 아닌 상황과 자신의 장점을 살리는 것 자체가 되어야 한다고 썼다. 너무나 동감하다.
일단 내가 담당하는 게임을 살폈다. 이런... 그저 내가 할 일이 있다고, 다른 시키는 일만 열심히 한다고 등한시했던, 너무나 부족한 많은 점들, 보완하면 훨씬 나아질 점들이 너무나 많이 보였다. 시키는 일은 누구보다 최선을 다하려고 했고, 그리고 두번 다시 일하지 않도록 최대한 궁리해서 만들었건만, 정말 능동적인 개선시킬 생각을 안했다는 것. 그런 생각을 그의 책을 읽기 전까지 떠올리지 못했던 것. 너무나 충격이었다. 나는 욕구가 넘치지 않는가. 왜 이리 수동적으로 업무에 임했을까. 그래도 죽기전에 떠올려서 다행이랄까.
변화를 위해, 그의 가르침을 따라보기로 했다. 일단 시간을 얼마나 소비했는지 써봤다. 프로그래밍을 하다가 종종 지치기 때문에, 나는 웹서핑을 하면서 머리를 식히곤 했다. 이제 그 시간들이 적어두고 보니 확실히 측정이 되었다. 이제 시간을 잘게 쓰지 않고 뭉쳐서 쓰려고 유념하면서(이것도 그의 중요한 가르침이다. 틈틈이 뭘 한다는 건 정말 의미없다. 어딘가에 집중하려면 예열하듯이 준비 시간이 필요하다. 내가 항상 '틈틈이' 뭘 하려고 하는 시도가 얼마나 많이 실패했는지도 떠오르면서 말이다). 그렇게 하니 일의 집중력이 더욱 향상되었다. 마침내는 더 이상 시간 소비를 어떻게 했는지 쓸 필요가 없었다. 점심 시간을 제외하고는 전부 업무를 했으니 말이다. 더 나은 성취를 이루고자 하는 욕구가 나를 포지티브 피드백으로 이끌어냈다.
그러면서도 항상 나 자신에 대한 아쉬움이 있다. 더 나은 기술적 성취와 외국어 학습이 나의 많은 시도에도 불구하고 열심 부족으로 미뤄지는 일 말이다. 이제 그의 책을 읽었으니 어떻게 해야할지 방법이 서는 것 같다. 작게 쪼개지 말고 크게 나눠서 쓰고, 피드백을 얻어가면서, 그러면서도 동적으로 목표를 세우는 일. 너무나 유용한 구절이 많다. 나의 성경으로 삼아도 될 만한 느낌이다. 군대 때 탈무드를 읽고서 얻은 느낌 이후로 두번째로 맛본다.
'나 > 감상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티브 워즈니악 (0) | 2010.02.26 |
---|---|
세계대전 Z (0) | 2010.02.22 |
카네기 인간 관계론 (0) | 2010.01.27 |
Head First Software Development (0) | 2009.11.26 |
나폴레옹 평전 (0) | 2009.11.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