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는 화성에서 태어나, 화성인의 교육 아래 살아왔다. 그들은 밀교의 승려같은 분위기다. 모든 걸 달관한 채, 정신적 면만을 극도로 추구해나간다. 현실 세계에 별 관심이 없는 종족이 어떻게 번식을 해나가는지는 설명되지 않는다. 어쨌든 어느날 화성에 도착한 지구의 탐사대와 함께 고향별로 돌아온다. 그리고 서로 다른 문화권이 서로를 어떻게 배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지 그리며 전반부가 펼쳐진다. 미래판 정글북이라고 할까. 그보다 좀더 구체적으로 신화적으로 그리고 내가 무척 좋아하는 냉소적 유머로 표현된다. 책의 주인공은 분명 "화성인" 마이크다. 그러나 쥬발 박사의 기가 막힌 말솜씨는 내 인상에 아직도 강하게 남아있다. 그를 주인공으로 한 이야기가 있었으면 하는 바램까지 갖게 된다. 아마 그의 자손이 달세계로 가서 "달은 무자비한 밤의 여왕"에 나오는 달변가 교수로 거듭났는지도 모르겠다.
중반부부터는 마이크가 쥬발의 집에서 나오면서 새로운 전개가 시작된다. 여행을 하면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성장해간다. 그리고 종교적 색채의 공동체를 이끌면서, 광고 문구에 나왔던 모습들이 펼쳐진다. 히피들의 모범이라고 했던가. 그러나 난 공감할 수 없다. 자신의 힘에 눈뜬 마이크는 예수 이상이다. 온갖 기적을 선보인다. 그리고 수많은 사람을 죽인다. 혹은 이 세계에서 문자 그대로 제거시킨다고 해야하나. 어쨌든 화성에서 배운 지식을 다른 이에게 알려주며, 자신이 가는 길을 보여준다. "그대는 신입니다"라고 말하며. 정말로 우리 모두는 신이다. 나는 생각한다. 내가 책임지고 있는 수억 수조의 세포와 그보다 많은 세균들. 나의 어머니가 창조했고 내가 통치하는 내 몸에서 그들은 조용히 나를 받들며 살아간다. 내 몸을 학대해도 그들의 말은 들리지 않는다. 허나 그들이 신앙을 버리면 혹은 나의 통치력이 약해지면, 조금씩 내 몸은 약해지고, 사탄의 현신인 암세포가 등장한다.
무척 재미있게 읽은 책이지만, 가끔 나오는 천사 얘기는 나올 때마다 못마땅했다. 흐름을 완전히 끊어버리는데다가 전혀 연결마저 되지 않았다. 그 부분을 싹 들어내도 이야기 흐름에 아무런 변화가 없을 것이다. 참 유신론자가 읽기에는 분명 불쾌할 내용들이 있다. 쥬발 박사는 정말 냉소적이다. 그리고 정말 따뜻하다. 마지막으로 오캄의 면도날! 그의 알기쉬운 설명에 백 퍼센트 믿게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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