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는 지극히 간단하다. 가출 후 귀환 혹은 집나간 탕아의 귀환...? 작품 소개에도 언급되지만, 마음보다 주먹이 먼저 나가는 실천주의자 라자러스 롱 덕에 책에 활기가 넘친다. 정말 살아있는 주인공을 그린 논픽션 소설같은 느낌이다. 흠을 잡자면 아주 작은 부품으로 배의 성능이 획기적으로 개선되었다는 점. 그걸 설명하는 건 하인라인답지 않게 오해 가능한 용어로 범벅해서 넘겼다는 건 좀 아쉬웠다. 장수가 계획적 교배로 가능한다는 것도 좀 납득하기 어렵지만. 이제보니 십만명이 탈출할 때의 묘사 또한 소년 활극이나 다름없군... 허나 광속 이상으로 달릴 때의 느낌을 묘사한 건 나를 한방 먹인 기분이었다. 그 정도 속도면... 대체 무엇으로 측정이 가능할까. 측정이 불가능하면 시간 축이 없으니 광속인지도 알 수 없다. 내가 생각할 엄두도 못한 멋진 아이디어에 감탄했다.
하인라인의 책들을 보며 어렸을 적에 문고판으로 읽었던 책들의 즐거움이 되살아났다. 그래서 도서관에서 이 작가의 책을 죄다 빌려왔다. 초등학교 삼학년 꼬마에게 나의 부모님의 어떤 연유로 백권짜리 문고판을 사주셨을까. 알고보면 강매 같은 시시한 이유일 수도 있겠지만. 주말에 한번 물어봐야겠다. 그 중에서 SF 부분은 최고 열번씩도 읽은 것 같다. 어린 나이의 소년에게 참으로 강렬한 인상을 주었다. 그리고 해방되는 그 기분. 그 느낌은 아직도 내 머리에 떠올릴 수 있다. 유감스럽게도 내용은 지극히 단편적으로 떠오르지만. 어쨌든 부모의 선택의 자식의 성격을 결정지을 수 있음은 내 실증적 체험으로 증언할 수 있다. 그래서인가. 답답하면 아직도 고래 농장에 대한 꿈을 꾼다. 이것도 제목은 생각나지 않지만 고래 농장의 생생한 묘사와 주인공의 장렬한 최후만이 기억난다. 내가 고래 농장을 운영해볼 수 있을까? 그런 점에서 역자도 밝힌 가장 인상적인 구절을 나 또한 읊을 수 밖에 없다. 리비가 라자러스 롱에게 물었을 때 답한 말을. 그에게 계획을 묻자 이렇게 말했다. 그런 건 없지만 확실한 건 나무 위에 올라가 신기한 것을 찾아 두리번거리는 원숭이 한 마리가 있을 뿐이라는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