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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감상문

시간의 블랙홀

by ehei 2010. 4. 21.

명불허전이다. 하나의 핵심적인 아이디어 - 텔레파시에 대한 물리학적 접근에 살을 붙여 재미있는 성장 소설을 써냈다. 넘볼 일이 아니지만, 나도 이런 책을 쓰고 싶다는 욕구가 잠깐 들 정도. 줄거리를 짧게 언급해보자. 서로와 텔레파시를 주고 받을 수 있는 쌍둥이가 있다. 이들은 장기계획재단의 연구에 참여한다. 한 명은 광속에 가깝게 항행하는 우주선에 탑승하고, 한 명은 지구에 남아 서로가 인간 무전기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인류가 정착할 새로운 별을 탐험하는 계획에 참여한다.

 

지금 생각해보니 후반부는 은근히 므두셀라의 아이들과 겹쳐 보인다. 그렇다고 식상한 기분 따위는 조금도 없다. 오히려 책을 읽어감에 따라 줄어드는 책장이 아쉬울 정도였다. 후반부에 항상 자신을 이겨왔던 쌍둥이 동생과의 짧은 논쟁은 그야말로 카타르시스가 밀려왔다. 자유가 무엇인지... 인생을 자기 의지로 살기 위해 필요한 성숙함. 여지껏 읽었던 성장 소설 류 중 최고로 꼽고 싶을 정도이다. 그리고 정신의학에 대한 짧고도 세련된 설명. 이건 따로 발췌해놓겠다. 가끔 상기만 해도 내 정신의 큰 약이 될 것 같다.

 

그런데 어떻게 제목이 이리 나왔는지 모르겠다. 좀더 멋진, 아니 작가의 의도에 걸맞는 제목을 선택할 수 없었을까. 이 책의 발행년도를 보면, 당시에는 이런 것이 유행이었음은 사실이다. 노골적으로 소년 소설 임을 강조한 제목이 어디 이것 뿐인가. 어쨌든, 인생이 조금 우울하고 패배감에 조금 젖어있을 때마다 펼쳐보자. 특히 마지막 부분을. 내게는 시원한 음료수를 한껏 들이킨 기분이었으니까.

 

"정신 병자란 뭔지 아나, 톰?"

"음... 미친 사람이죠."

"나는 '미쳤다'라는 단어를 없애고 싶네. 정신병자는 자신의 무의식의 요구를 들어주기 위해 다른 모든 것을 포기해야 하는 사람이지. 타협은 했지만, 그것으로 파산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지. 내 임무는 사람들이 파산하지 않을 수 있게 타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거지. 훌륭한 변호사처럼 말일세. 우리는 타협을 회피하도록 하는 것은 아니야. 최선의 타협을 이루도록 하는 것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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