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감상문

폭로: 초능력의 진실

by ehei 2010. 5. 12.

심령 치유자들의 영원한 적, 제임스 랜디의 조사 결과를 집대성한 책. 사이비라는 건 너무나 명백한데 반해 피해자들은 이성으로 설명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흥미로운 피해 사례가 나열되는 초반 외에는 무척 지루하다. 중후반부터는 사기꾼-피해자 설명 패턴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패턴은 이렇다. 랜디는 치유사들에게 기적을 설명하라고 편지를 보낸다. 치유사 전부가 무시하거나 헛소리를 써보낸다. 그래도 세상을 개선하기 위해 인생을 바치는 그를 존경하는 마음으로 끝까지 읽었다.

 

미국 수정헌법 1조와 종교에 대한 면세 제도를 무기 삼아, 몸과 마음의 안식을 바라는 절박한 피해자들을 농락하는 이들이 대단히 많이 언급된다. 피해자를 이해할 것 같다. 사랑하는 내 주변의 이들 혹은 나 자신을 떠올려 본다. 이제 육체적 정신적 한계에 몰린 상황을 더해 본다. 신앙 치유란 근사했던 간밤의 꿈을 믿고 사는 복권처럼 느껴진다. 경제적 형편이 허락한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잊지 말자. 복권은 단꿈이 깨지는 정도가 고작이다. 신앙 치유는 병세가 악화되거나 사망까지 초래한다.

 

고백하건대 내 자신은 대단한 회의주의자이다. 개인적으로 신이 인간 하나하나에게 관심을 가질 이유를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나 또한 그에게 관심을 가질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만약 신이 인간 이해의 범주를 벗어난 존재라서 그렇다고 해보자. 이제는 인간이 신의 섭리를 이해할 도리는 없게 된다. 책 중에 모르몬 교의 경전을 조사한 남자가 언급된다. 700년 전에 쓰여졌다는데 강철이 언급되는 등 모순이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신자였지만 용감했던 것 같다. 어쨌든 장로들은 조사 중단을 지시했다. 여기서 내가 느낀 건 이렇다. 신이 설령 말씀을 내렸다고 해도 정말 제대로 이해하고 썼는지 알 수 없을 거란 점이다. 신과 인간의 관계란 인간과 박테리아와 같다고 생각한다. 서로를 이해할 방법 같은 건 없다고 말이다. 만약 이해한다면 박테리아를 위해 나는 무얼 해줄 필요성을 느낄까. 신과 인간은 조금은 이해 가능한 관계일까.

 

책을 읽으면서 계속 든 의아한 느낌이 있다. 왜 미국은 해악을 끼치는 신앙 치유사들에게 케이블 TV와 라디오 방송망을 통해 피해자를 모집하도록 할까. 상업주의 방송의 부작용일까. 아니면 자유의 폐해일까. 종교를 뒤집어 쓴 사이비는 정말 방책이 없는 것일까. 정말 세상에는 나를 구속하려는 수많은 덫이 있다. 진정한 자유를 얻으려면 이성을 재워서는 안된다고 다짐을 해본다.

' > 감상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세컨드 라이프 공식 가이드  (0) 2010.05.17
능률적인 프로그래머  (0) 2010.05.16
회사가 붙잡는 사람들의 1% 비밀  (0) 2010.05.06
프라이데이  (0) 2010.05.03
여름으로 가는 문  (0) 2010.0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