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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감상문

프라이데이

by ehei 2010. 5. 3.

인공적으로 태어난 여성의 자전적 수기. SF판 브릿지 존스의 일기라고 할까. 드라마로 만들어도 될 만큼 일견 평범해보이는 이야기들이 재미있게 써있다. 프라이데이가 임무를 수행하면서 사고로 인해 본부를 찾지 못해 방황하고, 후견인 노릇을 해주던 보스가 죽은 뒤에는 새로운 일을 맡아 우주를 여행한다. 웬지 한줄 요약이 되어 별 내용 없는 것 같지만 정말 재미있다. 이 작가의 소설을 연속해서 읽다 보니 하나의 패턴이 그려진다. 본문을 조금 보면 작가의 이름을 맞출 것 같은 느낌이다. 그렇다고 유감스럽거나 한건 아니다. 책에서 스승 역을 하는 사람은 생각지 못한 지식을 쉽게 설명해준다. 등장 인물 몇몇의 유연한 사고 방식은 그 자체로 모범을 삼을 만하다. 후기에서 보여주는 목가적인 생활은 차분한 해소감을 준다. 나만해도 수경 농장을 운영해보고 싶은 욕심이 있으니 얼추 비슷하다고 할까.

 

다 읽은 뒤 의문점이 생겼다. 인공 인간은 거래의 대상이 분명한 것 같다. 마틸다의 경우 이십년 계약이라고 했으니까. 그런데 프라이데이의 유혹에 쉽게 굴복하여 함께 탈주해버린다. 일반 인간보다 훨씬 우월한 존재를 생산하는 비용은 만만치 않은 것 같다(책에서 드러나는 묘사에 따르면). 그런데 이토록 쉽게 계약을 깰 수 있다면 누가 그런 상품을 거래할까. 게다가 이들은 인간보다 더 인간적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책에서 보스가 가르쳐주는 지식을 옮겨본다.

 

"음. 이번 한 번만 말해주기로 하지. 하지만 돌아가서 잘 조사해보도록 하게. 연구하도록 해. 병든 문화는 자네가 언급한 증상들을 복합적으로 나타내지. 하지만 '죽어가는' 문화에는 반드시 개인적인 나태함이 포함되게 마련이네. 나쁜 행실, 타인에 대한 사소한 배려의 부족, 부드러운 태도의 상실은 폭동보다 더 심각한 증세야"

"정말이예요?"

"쯧쯧. 직접 찾아보게 할 것을 그랬나 보군. 그랬다면 잘 알게 되었을 텐데. 이 증상이 특히 더 심각한 것은, 이런 징후를 나타내는 개인이 그것을 자신의 병든 정신이 아니라 자신이 가진 힘의 증거로 생각한다는 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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