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적인 개념의 시간 여행을 다룬 가벼운 소설. 고양이를 좋아하는 나에게, 그것을 묘사하는 애정어린 문장들을 읽는 것은 아주 즐거웠다. 애완동물을 키울 수 없는 지금은 더더욱. 책 제목이 정말 멋지다. 따뜻한 곳을 찾는 고양이 습성을 언급하는 부분에 찾을 수 있는 단어이다. 겨울이면 고양이 피트는 '여름으로 가는 문'을 찾는 듯 스무개가 넘는 문을 찾아 헤맸다.
이야기는 불행에 빠진 한 남자로부터 시작된다. 사랑하는 여자에게 배신당하고 자신의 회사마저 뺏긴 타의로 냉동 수면을 시작한다. 그렇게 삼십년이 지나고보니 재산을 공탁한 보험사마저 망해 빈털털이가 되어 노숙자와 다름없는 처지로 전락한다. 게다가 주인공이 아는 고대(?) 지식으로는 취직조차 불가. 결국 갖은 고생을 다하다가 시간 여행에 대한 소문을 듣고, 성공했다는 교수를 찾아가는데... 책 중간까지 주인공의 불행한 처지가 재미있게 묘사된다.
다만 근사한 초중반에 비해 후반부는 매력이 지극히 떨어진다. 시간 여행을 하도록 교수를 자극하는 부분에선 실소가 나왔다. 시간 여행에 성공한 뒤 모든 일이 다 잘 풀리는 것도, 전형적인 권선징악 패턴의 동화를 읽는 것같아 따분했다. 마치 급히 마무리지은 것 같다고 해야하나. 연애담은 '시간의 블랙홀' 재판에 불과하고. 재미는 있다. 그러나 작가의 대표작이라고 부르기에는 머뭇거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