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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감상문

염소를 노려보는 사람들

by ehei 2010. 5. 20.

다큐멘터리는 일반적으로 관찰자가 중립에 선다고 알고 있다. 이런 양식은 감정이 느껴지지 않기 때문에 솔직히 재미가 없다. 이제 기계적 중립은 그다지 인기가 없는 자세이다. 그래서 역사책보다 소설이 더 인기가 많은 것 같다. 이 책은 다큐멘터리 작가가 썼다. 그러나 논픽션처럼 최대한 가까이 다가가서 주관을 마음껏 삽입한다. 책은 상당한 생동감을 느끼게 한다.

 

미국방부는 한때 진지하게 초능력을 군사 목적에 쓸 수 있는지 연구했다. 그러한 사실이 이 책이 나오도록 했다. 읽다보면 참으로 희극적인 장면이 반복해서 나온다. 한 장군이 초능력 부대의 당위성을 설득하기 위해, 결정권자에게 숟가락 구부리기를 보여주려 했던 것은 정점이다. 그런데 점점 제임스 랜디가 쓴 폭로가 절로 떠오른다. 인터뷰하는 사람들은 진지하고 열의에 차 있다. 그런데 신앙 치유사와 다를 바 없다. 증거를 요구하면 한 발 물러선다. 작가가 집요하게 달려드면 연락을 끊거나, 알 수 없는 사람들의 이름을 댄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이야기가 모두 진실이라고 주장한다.

 

정말 웃긴 장면은 서브리미널을 발명했다는 박사가 등장하는 장면일 것이다. 인간의 가청 주파수 근처에 메시지를 삽입하여 잠재 의식을 조종한다는 것이다. 어떤 교회에서 이걸 사용해서 헌금액을 대폭 늘렸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작가는 간신히 그 박사를 찾아내서 전화로 인터뷰한다. 자신이 철조망이 쳐진 건물에서 대규모로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작가가 그곳을 찾아가보니 평범한 주택에서 살고 있는 평범한 노인을 만나 문전박대를 당한다. 책 내내 이렇다. 황당한 주장을 듣고, 증거를 찾아내는 노력은 허탕만 치고... 소재는 분명 매력적이다. 유감스럽게도 그곳에 알맹이는 없고 사기꾼들의 허풍만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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