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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감상문

토탈 리콜

by ehei 2013. 1. 9.



영화를 본 지는 꽤 되었는데 이제야 쓰네. 주로 영화는 청량리 롯데 시네마에서 보는데 이것 역시 그래. 날씨 좋은 날 한껏 치장하고 잔뜩 기분내려 간거지. 근데 여기에 썼던가? 내 부인은 피만 봐도 질겁한다는 걸. 무서운 것도 질색이고. 오죽하면 날 보고도 놀라서 울었을까. 그럴만한 사정은 있었지. 그녀가 화장실에 있는 사이 깜깜한 방 책상 밑에 숨어있었거든... 날 찾다 눈을 마주치고는 너무 놀란거지. 결혼 전에 집에 도둑이 들었었대. 그 때 잊지못할 경험을 한거야. 도둑과 눈이 마주친거지. 확신할 수 없지만 그렇게 생각했대. 그리고 밤손님이 갈 때까지 눈을 꼭 감고 자는 척 했대. 그런데 내가 비슷한 경험을 선사해줬으니... 내가 죽일 놈이야.

어쨌거나 영화를 보러갔지. 청량리 민자역사는 최근에 지은지라 영화 보기 너무 좋아. 좌석도 편안하고 어디서나 잘 보여. 토이 스토리 3는 구석에서 봤는데도 전혀 나쁘지 않았지. 그에 반해 고등학교 때 처음 가보고 너무나 감동했던 코엑스 메가박스가 생각나는군. 이제는 그 시설도 오랜지라 자리도 웬지 실망스럽더군. 아마 내가 나이가 들어 불평만 늘어난 이유도 있겠지... 헤헤.

실은 영화를 보기 전에 복습을 했어. EBS에서 고전 영화를 해줄 때 봤거든. 고등학교 때 입이 찢어질 듯 놀랐던 특수 효과도 눈높이만 커져서 학예회 분장 보는 것 같더군. 아놀드 아저씨의 무뚝뚝한 연기까지 더해지니 뭐... 대신 백 배는 더 멋있는 콜린 파웰이 이번 작품에 나오니 안심. 간지 폭발인 주인공인데 유감스럽게도 로봇 공장에서 조립공 노릇을 하고 있지. 이 놈의 디스토피아는 계급 차별 하나는 끝내주잖아. 유능하지만 젠장할 출세가 안돼. 호주 출신은 그렇다나. 참, 여기 세계는 망한 상태야. 온 하늘이 유독한 가스로 덮여서 살 수가 없다나. 전쟁에 승리한 영국과 식민지 호주만 간신히 살아남아있지. 그런데 노동력을 조달하기 위해 말도 안되는 방법을 썼더군. 북반구의 영국과 남반부의 호주를 연결하기 위해 지구 중심을 관통한거야. 허... 차라리 궤도에 우주 정거장을 띄우는 편이 싸지 않을까. 지진이라도 나면 어쩔꺼야. 배수는? 그냥 입 닥치고 볼께..


누구라도 그렇겠지만 나도 어릴 적에는 질문하느냐 입이 마를 날이 없었지. 챙피하게도 난 침도 많아 말하면서도 가끔 질질 흘렀어... 하하. 꼴보기 안 좋겠지? 아직 부모가 되지 않아 모르겠지만, 자신의 무지를 인정하는 게 썩 좋은 경험은 아닐꺼야. 부모님은 어느 순간부터 내 호기심을 억눌렀으니 말이야. 비난하는 건 아냐. 이봐, 나도 그럴 수 있다구. 나름 그렇지 않겠노라고 다짐하고 있지만 말야.  그냥 위키가 있어서 행복하다는 말을 하고 싶었어. 쓸데없이 길어졌네.

그는 행복감이나 느끼고자 추억을 이식해주는 회사에 찾아가. 그런데 그는 이미 추억이 이식되어있네? 근데, 재이식은 안되나보지? 뭐 이런 장사가 다 있지... 그 와중에 경찰들이 쳐들어와 체포하려는데 주인공은 각성해서 몽땅 눕혀버리지. 황망한 마음에 집으로 급히 돌아왔는데 기다리는 건 마누라의 무릎차기. 엎친데 덮친 꼴이 된 주인공은 간신히 도망치지. 이제 전개는 전작을 완전히 따라가. 전작을 보다가 지루해서 중반까지 보고 말았거든. 암튼 중반까지는 거진 비슷해. 어찌어찌 신나는 추격전을 벌이고, 주인공은 반란군 본부에 도착해. 그 아저씨가 비밀 코드를 가지고 있대. 그걸로 경찰 로봇을 전부 조종할 수 있나봐. 무슨 생각으로 그런 걸 만들어놨을까.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윈도우를 원격 삭제하는 명령을 만든거나 다름없잖아. 머리 속에 있는 코드를 빼내려는 순간 그게 전부 거짓말이었다네? 수상이 세운 고도의 페이크였던거지. 어쩐지 술술 풀리더라. 그러나 분노한 주인공, 진짜 실력을 발휘하지. 호주를 점령하려 몇 만의 로봇 군대와 수상 등 수뇌부는 열차를 타고 신나게 칙칙폭폭은 아니고 아무튼 질주하지. 뚜껑열린 주인공의 무시무시한 능력으로 모든 게 박살이 나지. 재밌던 건 수상과의 격투였어. 정치인이 무시무시한 전공을 자랑하는 전직 요원을 잠시나마 개패듯 하는 걸 보니 은근 유쾌하더라구. 유감스럽게도 주인공 보정 덕에 패했지만. 중년이 훨씬 넘은 나이에 몸 관리를 게을리하지 않은 그에게 경의를 표하고 싶네.


화끈한 영화였고 시간 죽이기에 최고였어. 그나저나 열차의 파괴로 국가 차원으로 일자리를 잃은 호주와, 노동력을 상실한 영국은 어떻게 될까. 둘다 혼란스럽겠지만 로봇 산업이 있는 영국이 더 빨리 재건해서  호주를 재침공하지 않을까. 호주의 운명은 깜깜해. 기반 산업도 없고 교육도 부족한 노동 인구가 대다수라니. 이런 활극에도 좋은 교훈을 배울 수 있어.

부를 얻으려면 생산이 필요하다는 사실. 개인 차원도 그래. 부를 얻으려면 높은 생산성이 필요하잖아. 그러려면 교육 밖에 없어. 그래, 얼마 간의 행운도 필요하겠지. 그러나 역사는 보여주잖아. 부를 지키는게 얼마나 힘든 일인 걸. 엔트로피의 법칙은 경제에도 통용되잖아. 재산을 온존해봤자 인플레이션으로 눈뜨고 빼앗기게 마련이거든. 재테크? 그런 거 큰 의미가 없는 거 같아. 어느 정도 목돈이 없으면 아무리 높은 수익을 올려도 푼돈일 뿐이야. 그걸 모으려면 꾸준히 모을 수 밖에 없다구. 그 와중에 인플레이션님이 어흥~하면 떡 하나씩 주면서 가야하지.


그러나 지식은 절대 뺏기지 않아. 완벽한 내 것이지. 언론에서 고학력의 폐해를 역설하고 고졸 성공 신화를 이야기하지? 절대 거기에 넘어가서는 안돼. 배우는 건 기회거든. 살아보니 정말 아는만큼 보이는 거 있지. 지식이 있으면 똥도 자원으로 쓸 수 있잖아. 안정된 생활을 원한다면 투쟁해야해.  영화는 적이 뻔히 보여서 편하지. 하지만 현실은 참 어려워. 최대의 강적은 바로 나니까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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