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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감상문

페르세폴리스

by ehei 2021. 2. 21.

책을 읽은 건 꽤 오래전 일이다. 영화가 나온 걸 안 것도 꽤 예전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야 보게 되었다. 책을 무척 재밌게 읽었음에도 말이다. 영화는 마르잔 사트라피의 자서전 같은 내용이다. 그리 긴 기간은 아니다. 그녀의 20대 초반까지의 삶을 그렸다. 그럼에도 무척 길게 느껴지는데 그것은 그녀의 삶에 극적인 일이 많기 때문이다. 친척이 사형당하거나, 할아버지가 왕족이었다거나, 친구 집이 미사일로 부숴진다거나 하는 일을 당한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게다가 그녀 자신도 반항적인 인물로 사회에 나름 도전하며 살았던 인물이었다.

영화 전반부는 유년기의 그녀가 주변에서 생기는 일들을 그리고 있다. 여기서 이란 사회의 시대적 사건들을 화자 입장에서 잘 그리고 있다. 나머지는 그녀 자신에게 집중해서 반항과 자유 그리고 안식으로 방황하는 그녀의 갈등을 봉합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책도 재미있었지만 영화도 연출이나 작화가 좋아서 몰입하기에 더할 나위 없었다. 놀랍게도 그녀 자신이 감독했다고 하는데 이란은 대단한 재능의 인물을 놓쳤다고 밖에 할 수 없다. 영화에 드문드문 나오듯이 이슬람 순수주의자들은 염색체만 다른 인간을 억압하는데 창조적이다. 인체 묘사를 전신 차도르를 뒤집어 쓴 모델을 대상으로 한다든가, 심지어 여성이 뛰는 것도 제지한다. 엉덩이가 실룩거리는 것이 성적이란 이유로 말이다.

워렌 버핏의 말대로이다. 한 사람의 성공은 능력 만으로는 불가능하다. 바로 사회 시스템에서 비롯된다. 사회의 문화, 환경이 인간의 능력을 폭발시킬 수 있다. 어느 책에서 보았는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아직도 기억하는 구절이 있다. 대략 이런 내용이다. '어떤 사회가 인구 절반의 가능성을 억압하고 발전할 수 있는가'. 두 딸을 키우는 입장에서 한국의 여성 인권은 정말 빠르게 향상되고 있다. 한국의 장점이 여기에 있다. 사회적 합의가 빠르고 제도를 바꾸는데 역동적이다. 이것이 전적으로 장점만은 아니다. 허나 미래는 계속 도전적일 것임에 분명하다. 인구 감소, 산업 개편, 환경 변화, 국제 갈등 ...

허나 한국의 현재 문화를 보면 낙관적이다. 앞으로도 많은 문제가 생기겠지만 한국은 빠르게 해결해나갈 것이다. 일본은 여전히 강국이지만 그들은 차츰 느려지고 있다. 정체에 가까운 사회 시스템이 그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중국은 두려운 상대지만 그들의 정치 체제는 잠재력을 갉아먹고 창조성을 해치고 있다. 핵 전력을 제외한 러시아나 북한은 사실 위협도 되지 않는 지경이다. 한국의 발전이 어디까지 계속되는지 보기 위해 오래 살고 싶은 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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