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감상문

로켓 컴퍼니

by ehei 2021. 3. 11.

주식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부인에게 자신이 투자하고 싶은 회사에 대해 들었다. 그녀는 놀랍게도 진취적이었다. 우주 여행을 사업으로 하는 회사에 투자하고 싶다고 했다. 나는 그쪽 분야에 전혀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종목에 대해서도 몰랐다. 어쨌든 버진 갤럭틱이란 종목을 알게 되었고 투자를 했다. 그리고 그 사업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고 싶었다. 검색에 따르면 비행기에 재돌입 가능한 발사체를 쏘아 성층권 너머를 보여주는 것으로 보였다. 좀더 밀도있는 정보를 원했고 이 책을 알게 되었다.

이 책은 언급한 회사의 사업과는 완전히 다른 분야를 다룬다. 스페이스X가 더 걸맞을 것이다. 재사용 가능한 발사체를 만들고 저렴한 가격에 우주 공간에 화물을 나를 수 있게 한다. 그들은 초월적인 기술을 쓰지 않는다. 검증된 상용 기술을 이용하여 경제성을 추구한다. 책은 그들의 사업적 측면은 박하게 다룬다. 대신 모든 하드 SF를 능가할 정도로 로켓 공학에 관한 전문 지식을 쏟아낸다. 책에 어떠한 로맨스가 없다는 점이 강조되는데 그게 문제가 아니라 너무나 건조하다. 게다가 로켓에 관한 모든 분야의 지식을 복사라도 한 것처럼 문자 그대로 쏟아낸다. 그래서 책은 소설이라고 하지만 개론서 같다. 그럼에도 이야기 전개는 너무나 단순하다. 책은 지루하고 재미없다. 허나 엔지니어라면 관심있을 문단을 곳곳에 흩어놓았다. 예를 들면 이렇다.

 

사실 엔지니어링은 정밀한 학문이라고 보기 어렵다. 모든 복잡한 기계가 처음 계획했던 기능과 비용을 고스란히 갖추도록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그때그때 주어진 상황을 평가해서, 가치가 있어 보이는 쪽으로 승부를 거는 것. 그것이 해결책이다. ... P-38 라이트닝은 폭격기 호위용 고고도 전투기로 설계되었으나, 고고도에서 성능이 충분히 나오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 전투기 사업은 취소되지 않았고 제 2차 세계대전이 끝날 무렵 오히려 P-38은 저고도 전투기, 정찰기, 야간용 전투기, 공격용 비행기로서 큰 명성을 얻게 되었는데, 애초의 설계는 이 중 어떤 임무도 포함하고 있지 않았다.

인간의 직관과 시행 착오를 거쳐 어떠한 정교한 기초 이론 없이도 굉장한 물건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다. 그것이 엔지니어링의 매력이며 엔지니어가 어떤 도전을 불러일으키는 직업임을 보여준다. 그들은 실물을 만들어내고 현실에 부딪힌다. 그야말로 산업 현장의 소총병으로서 엔트로피와 싸우는 선봉대인 것이다. 나도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서 가끔 내 위치와 자세에 대해 생각했다. 그러나 그런 것은 크게 도움이 되지 않았다. 오히려 현실의 장애를 이겨내고 어떻게든 가성비를 따져 요구사항을 완수해내는 성취감. 내게는 그것이 중요했다. 그런 점에서 올해는 기어이 내 작품을 만들어내고 싶다.

 

' > 감상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소울  (0) 2021.04.17
버핏  (0) 2021.04.12
포레스트 검프  (0) 2021.03.09
페르세폴리스  (0) 2021.02.21
데이어스 엑스: 맨카인드 디바이디드  (0) 2021.0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