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는 회식 후 늦게 집 근처 역에 도착했다. 자전거를 타려고 세워둔 곳으로 갔는데 한 사람이 무릎에 머리룰 대고 주저 앉아 있었다. 그는 나이 들고 초췌했다. 노숙자인 것 같았다. 내 자전거가 그의 근처에 세워져 있어 가까이 다가갈 수 밖에 없었다. 그럴수록 어디선가 역한 냄새가 났다. 영등포역에서 흔히 스쳤던 노숙자들의 냄새 그 이상이었다. 그런데 잘 보니 그의 엉덩이 부근에 노란 것이 보였다. 그제야 발원지를 알 수 있었다. 혐오심이나 두려움보다 동정과 측은함, 그리고 내 자신에 대해 대입하게 되었다. 나이가 들수록 주변의 환자들과 삶의 비애, 무엇보다 두려운 치매 환자를 알게 되었다. 나 또한 내 뇌세포의 방향에 따라 그를 넘어서는 행동을 할 수도 있다... 한편으로 내 한 몸 건사하기 바빠 누구하나 제대로 도울 수 없는 현실에 대해서도 생각해보았다.
다음 날 아침에는 딸이 내게 언제 게임을 만들거냐고 물었다. 생각해보니 그렇다. 당장의 일과 짧은 즐거움을 위해 시간을 보내는 동안 내 꿈은 잊고 있었다. 아이들이 커 갈수록 조금씩 가정과 꿈을 양립시킬 수 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조금씩 조금씩 습관처럼 하는 것들. 이런 걸 만들어야 한다. 그래, 가족이란 참 중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