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에는 동생 가족과 생일 츅하를 겸한 식사를 했다. 장소는 조금 특이했는데 강에 떠 있는 배에 있는 부페였다. 하지만 강변 특성 상 날은 몹시 덥고 해를 피할 곳은 없었다. 나는 나이가 들면서 체질이 변했는지 이전보다 더위를 타지 않는다. 하지먼 처나 딸들은 강렬한 햇빛에 힘들어했다.어쨌거나 선상 식사는 이색적인 경험이었고 독특했다. 선물로 시계를 받았다. 처가 작년에 준 것과는 달리 디지털 계기판에 앱으로 연동해서 운동량 측정도 할 수 있었다. 디자인이 마음에 들었다.
식사 후에는 동생 가족과 헤어지고 동대문종합상가로 향했다. 큰딸이 몇 주 전부터 비즈발을 만들고 싶어했는데 마침 인터넷으로 시킨 주문도 취소된 참에 아예 가보기로 했다. 휴일의 시장은 많은 사람들도 붐볐다. 액세서리 부자재를 사려는 사람들로 발 디디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그래도 비즈발을 파는 곳에 가서 키트 형식의 오리를 살 수 있었다.
집에 오는 길은 교통 체증이 남달랐다. 1시간 동안 차가 100m를 가기도 어려웠다. 휴일이니 광화뮨에 집회가 있는게 아닌가 생각되었다. 차를 빙 돌려 경복궁 쪽까지 우회했다. 사실 영풍문고 종로점에 가려 했는데 교통 상황을 보니 불가능한 일이었다. 첫째는 비즈발을 샀으니 둘째는 책을 사고 싶어해서 서점으로 가려 한 것인데 저녁으로 미뤄야했다.
저녁에는 서점에 가서 책을 사고 둘째도 만들기를 하고 싶어해서 비즈 팔찌, 반지 키트를 샀다. 저녁에 농구를 하고 싶었지만 장시간 운전에 저녁에도 쉬지 못해 몹시 피곤했다. 다음 날 일찍 일어나면 가기로 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 날에 일어나 고민하다가 농구를 하러갔다. 피곤하고 발목에 살짝 통증이 있는 것 같지만 하다 보니 잊혀졌다. 슛폼이 자꾸 망가진다. 집에 와보니 첫째가 구슬이 모자라다고 했다. 실은 비즈발 키트를 구입할 때 도안이 없어서 따로 적당한 걸 출력해서 썼는데 맞지 않은 모양이었다. 아니면 구슬 자체가 모자란 것 같기도 했다. 일요일은 전형적인 루틴이었다. 청소하고 집을 치우고 재활용품을 버리고... 둘째가 배가 너무 부르다고 해서 산책을 갔다. 그런데 모기에게 2번이나 물리고 말았다. 나에게도 물려고 했는데 나는 잡는데 성공했다. 둘째는 비즈 만들기에 바쁘고 첫째는 숙제에 대한 온갖 투정을 부인에게 부렸다. 하지만 그렇게 값진 휴일이 흘러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