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프로 권투 선수, 아들도 강하다. 어머니는 여성적이지만, 뒤늦게 페미니즘에 눈을 뜬다. 그들은 재일교포지만 그런 건 중요한 게 아니다. 이 소설은 본질적으로 연애담에 관한 것이다.
소설을 읽는다는 건 좋다. 남의 인생을, 단조롭지 않은 그런 인생을 롤러코스터 타듯이 즐겨볼 수 있다. 물론 내 인생이 아니니 책을 덮는 것도 자유다. 그래서 재밌는 소설이 좋다. 이 소설은 재밌다. 웃음이 나온다고 재밌는 소설은 아니다. 책 속의 인생에 공감이 되어야 한다. 배경 따위는 상관 없다.
책상에 재떨이를 넣고 다니는 범상치 않는 싸움닭 소년이 아버지한테 구타에 가깝게 얻어맞으면서도, 왜 미워할 수 없을까. 가장 친한 친구가 다른 소년의 칼에 동맥이 찢어져 죽었는데 왜 화나지 않을까. 여자친구가 한국인은 피가 더럽다고 하는데도 왜 기분나쁘지 않을까. 나도 기분나쁘지 않다. 그에게 공감이 가기 때문이다. 인류학에 지나치게 유식한 그가 어색하지 않다. 그를 이해해주고 싶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나도 모르게 그에게 감정이입이 되어 슬플 때 슬프고 기쁠 때 기쁘다. 그런데도 책은 담담하게 이야기를 늘어놓을 뿐이다. 나는? 작가에게 철저히 농락당해 눈물 흘리고 웃음지었다. 절대 감정을 아끼지 말자. 신경 세포를 아껴서 뭐하겠는가.
난 이 소설을 영화로 먼저 봤다. 영화와 소설은 거의 구성이 같다. 사쿠라이의 직선적인 어투가 조금 완화된 걸 제외하고는. 영화의 주인공은 GO에서 그린 바로 그대로이다. 정말 그의 눈빛은 압도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