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중립적, 아니 중립적이란 있을 수 없지. 지극히 현실적, 그래도 추할 정도로 적나라하게 현실을 보여주는 이야기. 팔레스타인들을 인터뷰하고 만화를 그리려는 작가, 지겹게 팔레스타인 이야기를 외부인에게 전하지만 변하지 않는 현실에 좌절하는 팔레스타인들, 우월한 이스라엘인들. 그래서 더 사실적으로 다가선다. 사실상 신문에서 듣는 이야기는 너무나 감상적인, 그냥 소설일 뿐. 만화지만 칼처럼 머리를 찌른다.
내가 느낀 기분이란... 아마 이스라엘인들은 이제 나치들을 이해할지도 모르겠다... 그런 생각이다. 팔레스타인들의 열악한 현실과 그렇게 몰아가는 이스라엘인들... 그러나 변화할 수 없는 현실. 폭력으로 해결되는 사회. 대화는 불가능하다... 기존 이권자들... 현실은 복잡하다. 나 하나도 추릴 수 없다. 이런 책이 더 나를 힘들게 한다.
참, 책 표지의 그림은 팔레스타인 동네의 일반적인 풍경. 배수가 되지 않고 쓰레기 투성이에 엉망진창의 가옥들... 게다가 대부분이 실업자에 출산율은 높다 바글거리는 동네. 그렇다고 팔레스타인들이 어리석어서 이렇게 되었다고 생각하지는 말길... 모든 것이 막혀있는 현실에 그들도 어쩔 수 없다. 생업으로 쓰는 올리브나무를 어느날 갑자기 베어버리고, 테러리스트가 있다고 간주되면 몇시간내에 집을 불도저로 밀어버리고, 밤중에 쳐들어와서 체포하고, 이스라엘인의 공격에 대응하면 더 엄청난(심지어 군대) 반격을 받는 세상에서 대체 무슨 현실 타개가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