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올린 독후감은 뜬금없는 기생충 내용이었다. 이유가 있었다. 크로스로드라 는 웹진이 있는데, 서평 공모를 하는 책이 그것이었다. 서평에 선정되면 책을 세 권이나 준다. 관심있다면 지원해보길. 경쟁률이 매우 낮은 것 같다. 월차를 내서 늦잠을 자는 중에 전화가 와서 '아시아태평양 이론물리센터'에서 택배를 보냈다고 해서 어리둥절했다. 그곳이 크로스로드를 운영하는 주체였다. 그렇게 책 세 권을 받았다. 읽는대로 이에 대한 독후감도 써볼 생각이다.
첫 번째는 '죽은 자들에게 고하라'이다. 국내 작가들의 SF 단편 모음이다. 참고로 난 SF를 매우 좋아한다. 그러나 단편을 좋아하지 않는다. 단편은 주로 소재의 기이함에 집착하는 측면이 있고, 이야기 전달이 약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물론 그런 작품도 있지만, 다 그렇지는 않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이 놈의 선입견... 무엇보다 기뻤던 것은, SF를 너무 오랜만에 봤다는 점이다. 블로그를 좀 뒤져봤더니 세상에 1년이 넘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장르인데 말이다. 갈증이 해소되는 기분이었다. 미지의 세계에서 펼쳐지는 이야기. 환상 소설하고 무엇이 다르냐고? 사실 따져보면 어렵다. 나를 포함한 속칭 '일반인'들이 마법으로 불을 쏘는 것하고 레이저를 쏘는 것하고 무엇이 달라 보이겠는가. 그러나 웬지 SF에서의 일은 있을 법하게 들린다. 언젠가 생길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갖게 한다. 내게도 있을법한 일이라고. 중학교 내내 외계인 X 파일 같은 책을 책장 한 켠에 꽂아놓았다. 한 번 읽고 나서는 무서워서 다시는 보지 못했다. 기괴한 외계인 모습에 사람을 마구 납치해가서 이상한 짓을 하는 그들. 달 밝은 밤이면 창문으로 그들이 오지 않을까 두려워했다. 그리고 억지로 잠을 청하던 시절도 있었다 ^^
책 에 나온 모든 단편에 대해 간단히 촌평을 날려보자. '별뜨기에 관하여'. 용어가 너무 많이 나온다. 단편에서 소화하기 힘들 정도로. 덕분에 중반 부분까지 이야기를 파악하지 못해서 애를 먹었다. 무엇보다 문교촉위가 대체 뭔지? 이럴 때는 한자라도 써줬으면 하는 마음도 든다. 다시 책을 훑어보니, 문명교류촉진위원회 같다... 좋은 소재가 어렵게 표현된 것 같아 아쉽다. '죽은 자들에게 고하라'. 음... SF를 하도 많이 봤나. 데즈카 오사무의 불새의 한 편에서 영감을 얻은 것 같은 이야기. 예상되는 결과와 전형적인 캐릭터 구성이 아쉬웠다. '채널'. 이건 헐리우드 영화 어디에서 본 것 같은데... '하나를 위한 하루'. 하나가 '창조'되지만 않았다면 굳이 SF라고 할 필요도 없을 듯 싶다. 다른 단편보다 더 짧지만, 축약된 이야기와 압축된 감정이 잘 살아있다. 너무 흔한 소재를 보기 드물게 다룬 것 같다. '진짜 죽음'. 설정이 너무 억지스럽다. 사고 실험이라면 모르겠지만... 스페이스 오페라 급이라고 해야하나. '소울 메이트'. 일본 영화를 보는듯한 잔잔한 구성. 얼마 전에 미국에서 비슷한 영화가 나온 것 같다. 꽁트같아서 재밌었다. '0과 1사이'. 지루하게 진행되다가 점점 흥미있어진다. 마침내 밝혀지는 결말. 신선했다. '차이니스 와이너리'. 이걸 뭐라고 해야하나. 중국판 아일랜드? 어찌 되었거나 이야기가 흘러가지 않고 파편화되었다는 느낌이 든다. 그냥 SF 내용을 끼워넣었다는 느낌? '양치기의 달'. 왜 어슐러 르 귄의 '어둠의 왼손'이 생각날까. 어쨌거나 대체 왜 지구를 떠난 이들을 외계인 취급하는지... 아무리 그래도 파이어플라이의 리퍼 마냥 된다는 건 납득이 안된다. '우주복'. 대미를 장식하는 재미 만점의 소재. 술자리에서 흥미를 돋굴 때 해도 좋을 정도로 군더더기 없이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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