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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감상문

내 아버지로부터의 꿈

by ehei 2020. 12. 3.

미국 대통령을 역임한 버락 오바마가 쓴 자서전. 허나 그 때 쓴 건 아니고 그가 최초로 하버드 대학의 법률 저널 편집장일 때 썼다고 한다. 흑인 최초의 일이었기 때문에 상당히 주목을 받은 듯 하다. 게다가 너무나 복잡한 가정사-아버지는 결혼을 4번은 한 것 같고 어머니도 2번-에 백인과의 혼혈이란 점 외에도 이색적인 경력도 눈에 띄기 충분한 것 같다. 하버드 입학 전에 박봉에도 불구하고 시카고의 가난한 흑인 사회를 돕기 위해 나섰었다.

사실 대통령일 때 그가 보였던 유머와 멋진 화술, 환한 표정을 보면 책이 보여주는 것같은 그늘을 상상할 수 없을 것이다. 그의 아픔은 가난, 잦은 이주, 부재 중이면서 엄격한 아버지, 어머니의 지나친 관심과 나중의 방치, 뿌리에 대한 의문, 진로 등 너무나 다양하다. 너무나 진솔해 보여 일기를 읽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개인적인데도 우리가 겪음직한 그대로의 고민과 방황을 보여주고 있었다. 거기에 흑인이 갖는 미국의 외부인이란 고민까지 얹혀있다.

시카고에서 사회 활동을 성공으로 이끈 오바마는 하바드에 입학하기 전 그런 고뇌들을 풀기 위해 케냐에 가기로 한다. 거기서 많은 배다른 형제와 친척들을 만난다. 그리고 앞이 보이지 않는 케냐의 상황, 거기서도 다르지 않는 흑인 차별, 지인에게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열악한 사회와 만나게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가 알기 원했던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일대기를 다른 사람을 통해 듣게 되고 마침내 해소를 맞이한다. 이 부분에서 나는 어째서 머나먼 아프리카에서의 삶이 이토록 이곳과 동질감있는지 놀랄 정도였다.

몇몇 부분을 빼놓고는 우리 할아버지 그리고 아버지 그리고 주변의 다른 사람 이야기였다. 그들도 외세의 지배에서 살아야 했고 생존을 위해 싸웠으며 어이없는 실수를 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사람의 속내에 대해 단정한다는 것이 이토록 위험하다는 걸 다시 알게 되었다. 버락은 아프리카와 미국에 걸친 중간자로서 이런 사실을 마침내 이해한 것같이 보였다. 마침내 내면의 갈등을 극복해낸 것이다. 결혼식으로 마무리진 것은 멋진 결말이었다. 번민하던 문화와 가족과의 화해, 그리고 미셸로 대표되는 새로운 세계와의 결합. 마치 반지의 제왕에서 프로도의 아픔을 안고 살지만 한편으로 행복한 샘을 떠올리게 했다. 모두의 인생은 드라마지만 그는 더욱 그러해보였다.

이제 오바마의 아버지를 언급해야겠다. 그는 결점이 많았다. 지나치게 완고했고 경제적 관념도 부족했다. 무엇보다 많은 결혼을 하면서 자식은 챙기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는 무척 똑똑했고 매력적인 사람임에 틀림없었다. 그런 사례가 꽤 나온다. 무엇보다 그가 하와이 중학교에서 한 특별 수업은 오바마의 친구들을 감동시킬 정도였다. 결정적으로 그는 도전적이었다. 점원으로 일하면서 미국의 여러 대학에 입학하게 해달라고 편지를 보냈다. 거기에 장학금까지 달라고. 수많은 시도 끝에 해냈고 그는 자신을 입증했다. 여러 기회를 날리고 최근의 시도는 모두 실패하고 있는 나. 그를 생각하며 나도 기회가 주어질 날을 기다리며 계속 준비할 것이다. 나를 입증해보일 날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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